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남미의 베네수엘라에서 거주지를 잃은 사람들이 무덤에 집을 짓거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의 장신구를 략탈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외곽의 공동묘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집을 짓고 무덤을 략탈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악의 경제 위기로 집은 물론 일자리와 먹을 것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카라카스 시민들은 무덤 옆에서 로숙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은 구걸을 하며 제대로 된 교육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고 알콜중독에 걸린 가족과 함께 살면서 죽은 쥐를 끈으로 묶어 장난감으로 사용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더욱 심각해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무덤을 ‘집’으로 부르는 실정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에서 경제위기 악화에 따라 무덤을 거주지로 삼으려는 ‘비참한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면 무덤 주인과 유족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현지의 녀성은 “무덤을 점령하는 건 죽은 자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에게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들과 조카가 묻힌 묘지를 로숙인들이 주방처럼 사용했다.”면서 “우리 가족의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몽둥이를 들거나 혹은 그들에게 밀가루나 콩, 현금을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급기야 략탈자들은 무덤을 파헤쳐 유골과 함께 묻힌 보석, 결혼반지, 금이발 등을 도굴하기도 한다. 제대로 관리가 안된 무덤들의 경우 두개골, 대퇴골 등 유골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데일리메일은 “생존을 위해 무덤으로 향하는 가정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