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뉴스24 >
[정명의기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 3인방, 이른바 '빅3'가 나란히 10승 도전의 위기를 맞았다. 시즌 전 이들 세 투수의 치열한 승수 경쟁을 기대했던 팬들로서는 다소 김이 새는 모양새다.
먼저 한화의 류현진은 지독한 타선의 침묵 탓에 승수 추가에 거듭 실패하고 있다. 17일 대전 LG전에 시즌 20번째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패전만 하나 떠안았다. 이날 한화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1득점에 그치며 10승 도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날 뿐만이 아니다. 류현진은 올 시즌 20번의 등판 가운데 15번이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5승(7패)에 그치고 있다. 20경기 중 10경기에서는 득점 지원이 1점 이하였을 정도. 한화 타자들은 유독 류현진이 등판하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의 남은 경기는 34경기. 산술적으로 류현진에게 주어진 선발 등판 기회는 많아야 7번이다. 지금까지의 페이스라면 남은 7번의 등판에서 5승을 더 챙기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06년 데뷔 이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을 이어가려는 류현진에게 어둠이 드리웠다.
지난해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 타이틀을 휩쓸며 투수 부문 4관왕을 차지했던 KIA 윤석민의 페이스도 심상치가 않다. 6승에 묶인 채 팀 사정상 '임시 마무리' 직책을 떠안게 됐다. 뒷문을 지키던 최향남, 유동훈이 장염 증세 등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탓이다.
당분간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긴 하지만 마무리 보직을 맡음으로써 승수 사냥에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마무리 투수가 승리를 챙기기는 쉽지 않은 일. 언제 선발로 돌아갈 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지난해에도 잠깐 마무리로 나선 적이 있었던 윤석민은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했다.
SK 김광현 역시 5승에 머물고 있다. 부상 후유증으로 올 시즌 6월이 돼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김광현은 첫 경기부터 승리를 따내기 시작해 4연승을 달리며 무섭게 승수를 사냥했다. 그런데 7월1일 LG전에서 2이닝을 던진 이후 전반기 자취를 감췄다. 어깨 부상 탓이었다.
후반기 복귀한 김광현은 지난 2일 넥센전에서 5.1이닝 3실점으로 시즌 5승째를 따냈다. 그러나 이후 두 경기에서는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구위가 갓 복귀했던 전반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4경기에서 김광현의 평균자책점은 5.57에 이른다.
시즌 10승을 위해서 앞으로 류현진은 5승, 윤석민은 4승, 김광현은 5승을 보태야 한다. 다승왕 경쟁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세 투수가 나란히 10승에 목말라하고 있다.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 '빅3'의 또 다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