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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자들>, 누구를 위한 깜짝쇼인가

[기타] | 발행시간: 2012.09.06일 14:10
- < 공모자들 > , 뜬금없는 공포 무엇이 문제일까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이상의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조금 오싹한 코미디 영화 < 설리번의 여행 > 의 주인공인 영화감독 존 로이드 설리번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진지한 사회 고발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공헌하고 싶었던 설리번은 한참의 방황 끝에 다시 코미디 감독으로 돌아오지만, 설리번이 최종적으로 택한 길이 유일한 길이라는 법은 없다.

김홍선의 < 공모자들 > 은 바로 그런 의무감에 의해 지탱되는 영화이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자극하고 그들로부터 행동을 이끌어내려 한다. 영화에 나오는 드라마와 액션을 단순히 오락으로 소비할 생각은 없는 것이다. 그 의도는 일단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 공모자들 > 이 그런 의도에 맞는 영화인가?

영화의 내용을 보자. 기본 이야기는 존 딕슨 카의 단편 < b-13선실 > 의 성을 뒤집은 것 같다. 젊은 부부가 배를 타고 중국으로 여행을 간다. 그런데 남편이 잠시 나가 있는 동안 반신불수인 아내가 사라져 버린다. 배를 아무리 뒤져도 아내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고, 심지어 서류에도 아내 이름은 없단다.

존 딕슨 카는 이를 밀실 미스터리로 풀었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사건의 진상을 보여준다. 아내를 납치한 것은 희귀혈액형의 장기를 적출해 파는 장기밀매조직이다. 심지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아내를 잃어버린 남편이 아니라, 그 밀매조직의 리더이다.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2009년 주간지에 실린 신혼부부 장기밀매 사건에서 따왔다고 한다.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신부가 실종되었는데, 나중에 성폭행 당하고 장기가 적출당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끔찍한 이야기다. 그 뒤에 감독은 몇 년에 걸친 취재를 거쳐 영화의 재료를 모은 모양인데, 그 결과물이 영화 곳곳에 꼼꼼한 디테일로 반영되어 있다. 결코 게으른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감독의 의도와 진실성을 조금씩 의심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조금 깊게 이야기할 테니, 스포일러에 예민한 분은 그만 읽어도 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아까 나는 이 영화가 처음부터 진상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그건 일부만 진실이다. 영화는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끊임없이 반전을 만들어낸다. 혹시 < 와일드 씽 > 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거의 반전이 그 영화만큼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야기 몇 십 분 동안 진행되면 반전이 나와 이야기의 방향이 바뀌고, 그 상태에서 또 몇 십 분을 가다가 또 반전이 일어나 이야기의 방향이 바뀐다. 이런 식의 방향 전환이 심지어 엔드 크레딧이 흐르는 동안에도 일어난다.

이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어울리는 장르는 따로 있다. 앞에 예를 든 < 와일드 씽 > 은 피와 섹스로 흥건하긴 하지만 장르는 코미디로, 이런 규칙적인 반전들을 통해 기존 추리물과 하드보일드물의 형식을 경쾌하게 놀려대는 게 목적이다. 공식의 인공성은 농담을 위한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 공모자들 > 은 진지하기 짝이 없는 사회비판영화를 의도한다. 그럼 이 형식은 이상해진다. 아무리 봐도 이런 구조는 영화의 사실주의를 망치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로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장난하듯 가지고 놀아야만 먹힌다. 하지만 영화는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준다는 핑계로 반전들을 하나씩 던진다. 뭐, 이야기가 갈수록 끔찍해지긴 한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영화의 사실성도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일까?

그렇다면 영화가 내세우는 '사회 비판'을 조금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자. < 공모자들 > 은 우리 사회 이면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는 끔찍한 특정 범죄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훌륭한 이야기 소재가 된다. 하지만 내 생각엔, 영화가 사회비판을 하려 한다는 의무감을 짊어지지 않았다면 더 훌륭한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 이야기의 과정 중 발생하는 인간적인 갈등, 고통, 그 과정 중의 서스펜스는 모두 진지한 무언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 공모자들 > 에서 이 모든 것들은 (1) 깜짝쇼의 재료이거나, (2) '사회 비판'의 재료로만 남는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비판인 건가? 대부분 의미 있는 사회 비판을 의도하는 영화들에게는 관객들의 몫이 있다. 영화 속에서 덴젤 워싱턴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면, 영화는 미국의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에 문제가 있으니 여기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영화가 교사들에게 성폭행 당하고 학대당한 청각장애인 아이들을 보여준다면, 그 이야기의 바탕이 된 실화를 다시 돌이켜 보고 지금이라도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 도움을 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 공모자들 > 은 관객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물론 이 영화에 일어나는 일들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 당연히 막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관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조직범죄가 그렇듯, 관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심지어 영화는 이런 범죄에 대한 올바른 정보도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해상에서 장기적출이 진행되는 것은 순전히 서스펜스를 조성하기 위한 허구라고 한다. 그렇다면 영화는 심지어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실용적인 정보도 온전히 주지 못한 채, 그냥 관객들을 뜬금없는 공포로만 몰고 가는 것이 된다. 만약 같은 소재를 < 그것이 알고 싶다 > 와 같은 다큐멘터리가 다루었다면, 결과는 훨씬 유익했을 것이다. 하지만 픽션의 경우 사정은 다르다.

장기 밀매에 대한 보다 넓은 고찰은 어떨까? 영화는 장기 밀매에 대한 윤리학적, 철학적 토론에 끼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에는 그런 토론에 낄 깊이가 없다. 최악의 부작용의 최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토론의 방법이 아니다.

영화의 더 넓은 그림은 어떨까. < 공모자들 > 은 장기밀매조직의 범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가 더 거대한 사회 부조리의 작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나라를 사는 대부분 관객들은 그것이 정말이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괴담과 루머를 섞어 반전의 깜짝쇼로 제시한다. 미안하지만 괴담은 힘이 없다. 세상을 움직이고 비판할 수 있는 힘은 구체적인 사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 공모자들 > 의 허구는 그런 것을 꺼낼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그러는 동안 영화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오락성이다. 그것도 조금은 병적인 오락성이다. 영화가 처음부터 일반적인 주류 영화의 오락을 거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야기에 끌려 여전히 오락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영화는 대부분 극단적인 선정성에 머물게 된다. 이것을 뭔가 깊이 있거나 도전적인 어떤 것으로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여러분이 불쾌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선다고 그 영화가 모두 예술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그건 그냥 다른 종류의 소재착취일 뿐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 공모자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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