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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딸 성폭행 이유가… 전문가도 경악

[기타] | 발행시간: 2012.09.07일 21:20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 40~100시간 불과… 재범 막을수 있을지 의문

그나마 하루 8시간씩 5일만에 끝내기도

교육중엔 반성해도 효과 지속되기 힘들어

잇따른 아동 성폭력 범죄로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6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원이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어차피 걔도 크면 남자랑 성관계 하게 될텐데 내가 미리 알려주려고 그랬죠. 일종의 성교육을 시킨 거예요."

중학교 3학년 의붓딸을 성폭행해 임신까지 하게 만든 A(45)씨는 징역 6년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그는 재혼한 아내의 딸이 어렸을 때부터 옆에 앉혀놓고 같이 음란물을 보고 몸의 여기저기를 만지다 결국 수차례 성폭행했다. 그가 저지른 몹쓸 짓에 비하면 6년 옥살이는 가당찮게 적다는 말이 나올 법한데도 그는 성범죄 재소자를 상대로 한 가해자 교정ㆍ치료 프로그램에서 당당하게 자기 변명을 했다.

A씨의 변명과 자기 합리화에 치료자로 나선 경기도의 한 성폭력 상담소 관계자도 무척 당황했다. 심지어 A씨는 "감옥에서 5년 있으면서 받을 벌을 다 받았고 신도 나를 용서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죄값을 치른 것 아니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성범죄 가해자 교정ㆍ치료 프로그램은 이처럼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아 똑 같은 범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성폭력 사범들에게 이를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 대상 성범죄자는 40시간, 장애인이나 만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는 100시간 교육받도록 하는 것으로 가해자들이 치료가 되고 재범을 막을 수 있을지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교정ㆍ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민간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성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할뿐더러 사건을 떠올리기를 피하기 일쑤다. 피해자의 고통에 무감한 것도 성범죄자들이 보이는 특성이다. 콘돔(피임기구)이 없다는 이유로 성관계를 거부한 여자친구를 강간한 30대의 성범죄자는 "나는 이렇게 교도소 안에서 썩고 있는데 나를 고소한 여자는 밖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 아니냐"며 앙심을 품은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이런 성범죄자들의 태도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는 시점은 대개 역할극에서다. 성범죄 상황을 정해주고 저마다 피해자, 가해자, 공범자, 피해자의 가족 등이 되어 보게 하는 방식이다. 전북의 한 성폭력상담소 상담원은 "피해자의 오빠나 아들의 처지에서 역할극을 하던 성범죄자가 '범인을 잡아서 죽이겠다'고 할 정도로 흥분하기도 한다"며 "그때부터 자신의 범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을 깔보는 등 잘못된 여성관념이나 성의식을 고치고 자아존중감을 회복시키는 것도 가해자 교정ㆍ치료의 과정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해 12월 내놓은 '성범죄자 재범방지를 위한 치료프로그램 개발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국 10곳의 보호관찰소ㆍ교도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한 성범죄자 45명을 면담해보니 참여자의 71%인 32명이 '이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참여자들은 "이전까지는 말로만 반성한다고 했는데 이 교육이 인생의 반환점이 됐다", "(교정ㆍ치료를) 받기 전에는 '이런 거 받아서 내가 변화할 수 있을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내가 큰 죄를 저질렀고 나한테도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고 여성의 심리도 알게 됐다" 등의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효과가 일시적이고, 사회에 복귀한 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출소 후까지 최대 5년간 교정프로그램을 받도록 한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하루에 8시간씩 5일만에 40시간 교육이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일 정도로 단기 집중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정ㆍ치료를 하고 있는 민간의 한 전문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변화가 보이고 스스로도 자성한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며 "교정ㆍ치료 프로그램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빈약하다"고 털어놨다.

앞의 연구에서도 프로그램 이수 후 앞으로는 실수를 자제하거나 피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선 절반이 채 안 되는 22명만이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는 '없다'(14명)거나, '잘 모르겠다'(9명)는 응답이었다. 교육프로그램이 재범 방지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한 적도 없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해자 치료ㆍ교정의 목적은 재범 예방인데, 연구자들이 분석을 하고자 해도 이수자의 출소 뒤 입건 여부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이나 시스템이 없다"며 "재범 여부 분석을 통해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한국일보

김지은기자 luna@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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