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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억지력 높이자–무너진 기초 방범] 새벽1시, 밖에서 다 보이는 2층집 안에서는…

[기타] | 발행시간: 2012.09.08일 03:10

대문 없는 주택, 계단만 올라가면… 서울에 있는 한 주택의 모습. 대문이 아예 없고,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에 있는 창문을 통해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허자경 기자 jk@chosun.com

[치안 취약지역 한밤 르포]

중랑구 다세대 주택가 - 담은 100~170㎝에 불과… 혼자 걷는 女, 2~3분에 1명꼴

관악구 연립주택 밀집촌 - 건물 밖 에어컨 실외기·배관

계단삼아 침입하거나 숨기 좋아… 공사중인 건물들, 문 열려있어

밤에도 열려있는 현관문 6일 밤 서울의 한 주택가. 이 일대는 가로등과 CCTV가 적어 방범 취약지점으로 꼽히는데도 현관문이나 창문을 열어둔 집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윤형준 기자 bro@chosun.com

전자 발찌를 찬 채 문이 열린 가정집으로 들어가 30대 주부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서진환(42) 사건,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에서 혼자 사는 여성들만 골라 성범죄를 저지른 면목동 발바리 사건, 문이 열린 집안으로 들어가 가족이 자고 있을 때 7세 여자아이를 납치해 성폭행 한 나주 초등생 사건….

한국은 그동안 밤늦도록 여성이 혼자 다녀도 크게 위험하지 않은 '치안 안전국'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최근 강력 사건들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치안이 무너졌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6일 오후 10시부터 7일 오전 1시까지 서울 내 치안 취약 지역을 직접 다녀보며 확인했더니, 길에서 만난 여성들은 10명 중 8명꼴로 "밤에 퇴근해 집에 가는 길이 무섭다"고 답했다.

'서진환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광진구 중곡동. 새벽 1시를 전후로 해서 사건 발생 지역으로부터 면목동 방향으로 300m 걸으면서 대문을 점검해 보니 30개 중 19개의 대문이 열려 있었다. 아예 문이 없는 주택도 있었다. 주택들 주변에 CCTV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문이 잠긴 곳도 담이 150~170㎝ 정도로 낮아 성인 남자라면 쉽게 뛰어 넘을 수 있는 높이였다. CCTV는 사건 발생 지역에서 군자동 방향으로 30m 정도를 걸어가면 나오는 사거리에 있는 수퍼 앞에 딱 1대 있었다. 수퍼 주인은 "이 CCTV는 360도 동서남북 네 방향을 15초씩 회전해, 낮에 보면 카메라가 회전하는 것이 다 보인다"며 "눈으로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어, 조금만 지켜보면 범인들이 자신이 피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방범 비상령'이 내려진 상황이지만 우범 지역을 순찰하는 경찰의 활동도 느슨했다. 서진환이 범행 전 대상을 물색했다던 배나무터공원에는 경찰 3명이 벤치에 등을 기대고 거의 눕다시피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3시간 동안 동네를 둘러봤지만, 순찰 대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큰길로만 순찰을 돌 뿐 범죄 발생 가능성이 더욱 큰 골목길을 둘러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마저도 오전 1시 이후에는 중단됐다. 한 여성 시민은 기자를 보고선 놀라 도망가기도 했다.

방범창도 없이… 밖에서 다 들여다보이는 2층집 - 6일 밤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창문을 열어놓은 모습. 이 창문은 땅에서 약 3m 높이에 있는데 방범창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열린 창문을 통해 집안 내부가 훤히 보였다. /안중현 기자 jhahn@chosun.com

발바리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서울 중랑구 면목본동 면목초등학교 근처 골목길 역시 좁고 어두웠다. 대부분의 길이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었지만, 가로등은 30m마다 하나, CCTV는 300m에 두 대 정도였다. 이곳 주택들 역시 담은 100~150㎝ 정도로 낮았고, 창문과 현관문을 열어둔 집들도 종종 보였다. 다세대 주택마다 3~4가구씩 있는 반지하 집들은 방법 창살이 설치돼 있었지만, 녹이 잔뜩 슬어 쇠가 부식돼 구멍이 뚫려 있기도 했다.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뜯어내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다세대 주택과 원룸 밀집 지역이어서인지 늦은 시간임에도 2~3분에 한 명꼴로 여성들이 혼자 지나갔다. 퇴근하던 여성 회사원 김모(31)씨는 "늦은 밤 가게들도 문을 닫고 나면 이 부근이 정전된 것처럼 깜깜해진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100-203번지 일대는 연립주택 밀집촌이면서도 까치산공원 주택 재건축이 진행 중이었다. 공사 중인 건물들은 문이 열려 있어 성범죄자들이 범행 현장으로 삼을 수 있는 장소로 보였다. 관악 중학교 주변에 들어선 3~5층 규모의 소규모 연립주택 벽면은 전기 계량기, 에어컨 거치대, 가스관 등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범죄자가 이를 계단으로 삼고 집안으로 침입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한 시민은 "범인이 집에 침입하기도 좋고, 범죄자가 숨어 다니기도 좋은 여건이 돼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불안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허자경 기자 jk@chosun.com]

조선일보 [윤형준 기자 bro@chosun.com]

조선일보 [양지혜 기자 jihe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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