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사정포 파괴용 탄도탄 개발기간 3년 늘려 공개사업으로 전환
군 비밀주의 장막 뒤에서 국가기관장 연임 등 비리·불법·부실 판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서명해 극비로 진행해온 북 장사정포 갱도진지 파괴용 탄도탄 개발사업(012사업, 일명 '번개사업')이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국가기관장이 연임을 위해 비밀사업을 이용해 추진하다가 결국 이 대통령을 속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방위사업추진위(위원장 김관진 국방장관)는 지난해 1월 극비리에 착수, 북 갱도진지 파괴용 단거리 탄도탄을 18개월 만에 개발하겠다던 번개사업을 '차기 전술유도무기사업'이란 명칭의 일반사업으로 전환, 2015년까지 체계개발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 대통령 참석을 계획했던 '북 장사정포 대응 6·25 시연행사'가 물거품이 된 데 이어 나온 조치다. 지난 5월 말 경에는 시스템 불안정으로 북 GPS 교란을 회피하기 위한 지상기반항법체계(GBNS) 수신기도 장착하지 못한 채 탄도탄을 발사, 시험평가에서 실패한 바 있다.
올해 개발을 목표로 한 번개사업이 실패하자 군은 일반공개사업으로 전환, 개발기간을 3년 늘리는 동시에 탄도탄의 정확도를 2배 가량 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개발목표는 오차 3m 이내인 '순항미사일급'이었으나, '순항미사일에 가까운 정확도'로 군 요구성능이 낮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초에 업체 관계자들도 개발에 회의적이었으나 임기가 임박한 국가기관장이 연임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통령과 외교안보수석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단 4명이 서명한 극비사업이어서 장난을 쳐도 막을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 안규백(민주통합당) 의원은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했다.
안 의원은 지난 7월 25일 국방위 회의에서 "북 장사정포 대비 탄도탄은 단거리(100km)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외비 사업관리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번개사업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명박정부가 오는 11일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이처럼 비밀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법적 절차를 위반할 뿐 아니라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비 2조여원을 2013~2017년 국방중기계획에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밀사업 예산이 대폭 늘어나는 대신에 공중급유기의 내년 사업비가 위기에 처했고, 한국형 전투기의 체계개발이 2014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 육군 예산 늘리려다 공군 사업이 죽는다는 얘기가 나오게 생겼다.
번개사업은 에이태킴스 다련장 로켓 발사대를 이용해 단거리 탄도탄을 발사, 북 GPS 교란을 회피하는 GBNS의 유도를 받아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파괴하는 개념이다. 미국은 전술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 블록3를 '벙커버스터 탄도탄'으로 개발하려다 중단했다.
내일신문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