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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맥주에 독주 섞어 마신다"고 하자, 경악하면서…

[기타] | 발행시간: 2012.10.04일 03:02
[독일 '옥토버페스트' 가보니] 2005년 '조용한 축제' 조직 결성

축제 음악은 교향곡으로 일부선 맥주 판매량 제한… 경찰은 수시로 순찰 나서

보름간 600만명 찾았지만 난동 취객 찾아보기 힘들어

독일 뮌헨 기차역에는 인(人)의 해일(海溢)이 넘실대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가 열리는 테레지엔 비제 광장까지 1㎞ 거리엔 밀물·썰물이 교차하듯 행렬이 엇갈렸다.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 얼굴은 이미 붉었다. 축제장을 찾기 전 기자는 거리에 쓰러진 취객(醉客)과 난동, 깨진 병 조각과 구토 흔적 같은 광경을 예상했지만, 짐작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도로는 깨끗했으며 병 조각과 구토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얼큰히 취한 관광객들이 있었지만 대개 동행의 부축을 받으며 옥토버페스트 기간 중 5배나 값이 치솟는 호텔로 향할 뿐이었다. 보름간 전 세계에서 600만명 이상이 찾는다는 축제답지 않은 풍경이었다.

테레지엔 비제 광장은 폭 200m, 길이 1㎞ 정도였다. 그 안에 대형 천막 14개가 가설돼있었다. 호프브로이하우스의 천막은 50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는 규모다. 천막은 평균 2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데 개막 6개월 전 모두 예약이 마감된다고 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3층 높이 공간에서 남녀노소가 어울려 맥주잔을 마주치고 있었다. 남녀 몇십 명이 식탁 위에 올라가 어깨 걸고 춤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옥토버페스트에서는 1000㏄짜리 컵만을 사용한다. 알코올 도수도 6.8도짜리가 대부분이다. 웬만한 애주가도 두 잔쯤 마시면 꽤 취할 만큼의 음주량이 된다. 그런데 어디에도 주폭(酒暴)은 없었다. 노래 부르고 춤추고 맥주를 마실 뿐 고함도, 다툼도, 몸싸움도 목격하기 힘들었다. 아내, 아들 부부와 축제를 즐기던 쉴러(70)씨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옥토버페스트는 젊은이만이 아닌 시민의 축제입니다. 모두가 어울리기에 서로 조심합니다. 술을 빙자한 과격한 행동을 우린 용서하지 않습니다."

하인츠(35)씨는 '한국에선 맥주에 독주(毒酒)를 타 마시는 게 관행'이라고 하자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179년 역사의 축제에서 왜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했다. "독일인의 맥주에 대한 애정은 대단합니다. 그런 만큼 모두가 즐거운 축제가 되도록 노력하죠."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참가자들은 술과 함께 정담을 나누고 노래하고 춤출 뿐이다. 보름간 전 세계에서 600만명 이상이 찾아오지만, 고성방가와 몸싸움, 쓰레기와 구토 흔적은 옥토버페스트에서 찾을 수 없었다. /문갑식 기자

뮌헨 중심부 구(舊)시청사 부근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중정(中庭)을 둘러싼 2층 건물에서 동시에 2000명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하루에 팔리는 맥주가 1만L가 넘지만 입장객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잔을 부딪치며 돼지 다리 고기로 만든 전통 안주 학센과 백(白)소시지를 즐길 뿐이다. 눈이 마주치면 환한 웃음을 짓는 것으로 화답하며 취해 소란을 일으키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179년 역사가 말해주듯 옥토버페스트가 처음부터 '주폭 없는 축제'는 아니었다. 알코올에 마비된 주정꾼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후유증을 빚자 뮌헨 시민들은 2005년 마침내 '축제용 조직'을 스스로 만들었다. '조용한 옥토버페스트'라는 단체였다. 이 단체 지침에 따라 맥주 판매자들은 오후 6시부터 교향곡 같은 관악(管樂)만을 틀고 소음도 85데시벨 이하로 규제했다.

취객의 흥분을 자아낼 수 있는 템포 빠른 팝송 같은 노래는 심야가 돼야 들을 수 있다. 일부 천막에서는 1인당 맥주 판매량을 한정하고 있으며 1만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의 소리 없는 지원도 주폭 견제에 제 몫을 했다. 축제가 열리는 테레지엔 비제 광장은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쳐있었고 수시로 순찰하는 경찰이 보였다. 독일에서 19년째 사는 윤영진씨는 "독일 경찰은 평소 시민에게 관대하지만 법을 어길 땐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년 9월 셋째 주에 시작하는 옥토버페스트는 오는 7일 폐막식까지 전 세계에서 600만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며 평균 맥주 소비량이 800만 머그다. 1머그는 1000㏄를 뜻한다.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바이에른공국의 루트비히 왕세자와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을 기념하며 시작됐다. 1883년 뮌헨의 6대 맥주 회사가 후원하면서 지금 같은 형태가 됐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 일본 삿포로 눈(雪)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조선일보 뮌헨=문갑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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