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경상남도에 위치한 A노인전문요양원은 2009년 12월 한모씨에게 각종 요양서비스를 제공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청구했다. 요양원이 청구한 급여는 277만9000원에 달했다. B노인요양원도 2010년 1월29∼31일 김모씨의 입소서비스 급여 11만7000원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A요양원은 한씨가 같은 해 12월 사망했는데도 무려 73일간이나 요양급여를 청구해 돈을 타냈다. 김씨 또한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살아 있는 사람으로 둔갑시켜 급여를 받았다가 들통났다.
노인장기요양기관들이 애초 설립 취지에는 눈감은 채 노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돈을 빼 먹는 수법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주통합당 김성주 의원에게 제출한 ‘2009∼2012년 장기요양기관 지정취소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노인장기요양기관이 허위·부당청구 등으로 적발돼 환수결정이 내려진 건수가 무려 17만1000여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09년 1만3839건, 2010년 6만3954건, 2011년 6만9255건, 2012년(6월까지) 2만4021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새 나간 돈도 2009년 55억8000만원, 2010년 206억6000만원, 2011년 179억8000만원, 2012년(6월까지) 70억7000만원 등으로 늘고 있다.
돈을 빼먹는 수법 또한 수급자의 사망일 이후 청구, 요양급여 중복수급, 월 한도액 초과 청구, 무자격 요양보호사 청구 등 다양했다. 이미 숨진 사람을 내세워 급여를 청구하거나 병원 입원기간에 급여를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기간 중 노인 3만6000명 명의로 49억여원을 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내 한 노인장기요양기관은 수급자 사망 이후에도 무려 144차례에 걸쳐 요양급여를 청구해 2000여만원가량을 타냈다. 대구시내 한 노인요양원도 숨진 사람의 이름으로 3800만원이나 받아갔다. 서울의 한 노인요양원은 지난해 5월 14일간 입원한 노인에게 주야간보호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18만8000여원을 청구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허위·부당 청구 등으로 적발돼 장기요양기관 지정이 취소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 이후 지난 6월까지 354곳의 장기요양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연도별로는 2008년 2곳, 2009년 9곳, 2010년 87곳, 2011년 181곳, 2012년(6월까지) 75곳 등이다. 이 가운데 225곳이 허위·부당청구로 적발된 곳이다.
김 의원은 “전체의 98%를 차지하는 1만4000여 민간 장기요양기관들이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노인요양급여가 줄줄 새나가고 서비스 질 또한 떨어지고 있다”며 “노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 허위·부당청구 등을 일삼은 요양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준식 기자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