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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서울경찰청 장기 미제 강력사건 전담팀

[기타] | 발행시간: 2012.10.13일 00:58

“누군가 사람 죽였다” 망원이 물고 온 첩보로 수사…암매장 시신 찾으려 185m 시멘트 길 열흘 밤낮 파헤쳐”

서울경찰청 장기 미제 강력사건 전담팀원들이 청사 옥상에서 범인을 제압할 듯한 강한 눈빛으로 정면을 노려보고 있다. 왼쪽부터 김도윤 형사, 조헌주 형사, 강윤석 반장, 민병희 팀장, 유영수 형사, 고석수 형사. 전담팀원 7명 중 김성용 형사는 휴가 중이어서 사진에 나오지 않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 형사, 어떤 사람이 내연녀하고 돈 문제로 크게 싸우다 틀어졌나 봐. 이 사람이 술김에 그 여자 욕을 하면서 '내가 이 X 때문에 사람까지 죽였는데 나를 배신했다'는 얘기를 주변에 했다는 거야.”

“그게 사실이에요? 형님이 아는 사람 얘깁니까?”

“아니, 나도 다른 사람한테서 전해 들었어. 관심 있으면 김 형사가 한번 알아봐.”

2009년 2월 서울경찰청 강력계에 근무하던 김도윤(37) 형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와 식사를 하다가 “누군가 사람을 죽였다”는 얘기를 우연히 전해 듣게 됐다. '사고를 쳤다'는 사람의 신원 정보가 전혀 없었고, 실제 일어난 사건인지 여부조차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실체가 없던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청 형사과 내에 '장기 미제 강력사건 전담팀'(이하 전담팀)이 만들어지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전담팀에 배치된 김 형사는 “처음에는 너무 뜬구름 잡는 얘기여서 수사 착수조차 자신할 수 없었다”며 “전담팀 동료 형사들과 함께 첩보를 역추적해 가며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아 나갔다”고 말했다.

사건은 한 달 뒤인 11월 중순 '해남 암매장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그 전모가 드러났다. 자칫 완전범죄가 될 뻔한 사건이 7년 만에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2004년 5월 초 불법 대출영업을 하던 일당이 동업자 C씨(사건 당시 22세)와 돈 문제로 다투다 C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전남 해남의 한 과수원 주변에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C씨는 고아로 양부모 손에서 자랐다. 군 입대 통지서를 받은 C씨가 군에 가기 싫어 단순 가출한 것으로 생각한 양부모는 실종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때문에 누구도 사라진 C씨의 행방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아 사건화되지 않은 경우였다.

 전담팀은 지난 1년간 '해남 암매장 사건' 외에도 '용인 생매장 사건' '무속인·노숙자 살해 사건' '동두천 영탑사 살인 사건' 등 세 건의 장기 미제 강력사건을 해결했다. 10년 전 발생해 대법원에서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시 파헤친 사례(동두천 영탑사 살인 사건)거나 지금껏 아예 세상에 실체가 드러난 적이 없는 사건들이어서 하나같이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극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암수(暗數) 범죄
 현재 지방경찰청마다 이런 전담팀이 꾸려져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청 전담팀은 지난 1년 동안 단연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담팀은 김성종(43) 강력계장 밑에 있는 민병희(54) 강력2팀장이 이끌고 있다. 민 팀장은 살인·마약·폭력 등 강력사건만 30년 넘게 수사해 온 베테랑 형사다. 반장인 강윤석(47) 경위는 20년 이상 강력사건 현장을 누비며 잔뼈가 굵은 실력파다. 그는 대를 이어 강력계 형사를 하고 있다. 부친은 건국경찰 출신으로 용산경찰서 수사과장을 지낸 강찬기(87)씨다. 197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골동품 가게 가족 살인 사건(일명 금당사건), 한국은행 금고털이 사건 등을 해결한 부친 강씨의 근성을 강 반장이 그대로 빼닮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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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43) 경위, 고석수(41)·유영수(39) 경사 등도 일선 경찰서 강력팀에서 10년 넘게 수사 경험을 쌓은 베테랑 형사들이다. 팀의 막내 조헌주(30) 경장은 지난 2월 서울 성북경찰서 강력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뽑혀온 경우다. 강 반장은 “우리 팀은 동급 최강”이라고 했다. 김 계장은 “팀원들이 '암수 범죄'를 추적하며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가 어느 순간 이 퍼즐이 완성됐을 때는 책임자로서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암수 범죄'는 실제로 범죄가 일어났지만 고소·고발·제보 등이 없어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은 사건(절대적 암수)을 말한다. 인지된 사건이라도 그 원인 또는 목격자, 용의자를 찾지 못해 해결되지 못한 미제 사건(상대적 암수)도 넓게는 '암수 범죄'에 들어간다고 한다. 전담팀이 맞닥뜨리는 강력사건들이 바로 이러한 '암수 범죄'에 해당한다.

 민 팀장은 “첩보 수집을 하다 보면 암수 범죄로 보이는 사건이 의외로 많다”며 “보이지 않는 유령을 뒤쫓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형사들은 암수 범죄를 놓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범죄 첩보는 다양한 경로로 수집된다. 형사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인맥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각종 범죄 첩보가 들어온다. 소위 '망원(網員)'의 존재는 전담팀 형사들에게는 밥줄이나 마찬가지다. 조직폭력배, 마약쟁이(일명 뽕쟁이), 사기꾼 등 범죄자들부터 분야별 전문가들까지 망원의 출신은 다양하다. 강 반장은 “비록 범죄자 출신으로 과거 악연을 맺었지만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도움을 준다”며 “첩보를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손맛이 강하게 오는 그런 건들이 있다”고 말한다. 강 반장이 정기적으로 만나며 인간적 유대를 맺고 있는 핵심 망원은 10여 명이라고 한다.

 

범죄 용의자와 치열한 수싸움

 첩보 생산 능력도 중요하지만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루는 만큼 근성·끈질김은 기본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민 팀장은 “영화 '공공의 적'에 나오는 강철중 형사가 보여주는 근성은 실제 현실에서도 강력계 형사가 따라야 할 모델로 통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해결한 '해남 암매장 사건'을 보면 이런 근성과 끈질김이 잘 드러난다. 팀원들은 사건 현장으로 지목된 땅끝 해남까지 일곱 차례를 왕복하며 암매장 장소를 찾아나섰다. 사건 착수 한 달도 안 돼 무려 7000㎞(서울 숭례문에서 해남 땅끝까지 대략 500㎞)를 달린 셈이다.

시신을 찾기 위한 발굴 작업에도 인내심이 필요했다. 범인이 지목한 암매장 장소가 세월이 흘러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민 팀장은 “굴착기를 동원해 시멘트 길 185m를 모조리 다 깨부쉈다”며 “열흘 동안 밤낮으로 작업을 했는데도 시신을 찾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른 물증이나 정황 증거, 공범의 자백 등 많은 자료가 확보돼 있어 범죄를 입증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뛰어난 체력은 기본이다. 강력계 형사 하면 으레 '무술 합이 몇 단'을 떠올린다. “너무 식상한 얘기”라며 손사래를 치는 김도윤 형사는 전국 경찰 무도대회 우승자(유도 부문) 출신이다. 나머지 팀원들도 태권도·유도 등 격투기 유단자에다 해병대·UDT 등 군 특수병과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흉기를 지닌 범인과 몸싸움이 흔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은 자주 벌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강 반장은 “범인과 격투를 벌이는 것은 가장 하수가 하는 일”이라며 “범인이 알아채기 직전에 낚아채는 것이 고수”라고 했다. 몸싸움보다는 범인들과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더 많다. 고석수 형사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백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며 “용의자들은 열이면 열 명백한 증거를 들이대도 거짓말을 늘어놓기 일쑤”라고 말한다. 추리와 가설을 잘해야 수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조각조각 모인 증거들을 바탕으로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하고 범인의 생각과 의도까지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암매장 장소 무서워 못 가는 살인범

 잔혹한 범인들도 약한 부분은 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감출 수 없는 불안감과 죄책감이 그것이다. 이런 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인들은 공통적으로 특이한 행동을 보인다. 강 반장은 “죽은 피해자의 넋을 달랜다는 의미로 천도재 같은 굿을 하거나 제사를 지냈다고 하더라”며 “조금이나마 스스로 위안받고 싶은 심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남 암매장 사건의 범인은 자신이 시신을 파묻은 과수원 부근을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절대 가지 않았다고 한다. 잔인한 그들도 무서움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 팀장은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들의 사건을 풀어나가다 보면 영적인 존재가 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든다”며 “망자뿐 아니라 오랜 세월 고통 속에서 살아온 피해자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이기 때문에 일반 사건보다 훨씬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최준호.고성표.박민제.권혁재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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