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과 정수장학회가 엠비시 지분 매각을 협의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한 엠비시의 대응이 도를 넘고 있다. 이진숙 엠비시 기획홍보본부장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대화록에 명백히 나와 있는 내용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한 뒤 한겨레가 왜곡보도를 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가 자신을 변호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그 비난이 터무니없고 악의적이다.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처신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엠비시가 각종 뉴스와 ‘엠비시 특보’를 통해 문제 삼은 한겨레 보도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 본부장은 주식 매각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도움을 주는 것처럼 왜곡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뜻으로 말했는데, 한겨레는 박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인 양 왜곡했다는 것이다. 둘째, 문화방송 지분 30%의 매각 대금은 전국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지원에 쓰일 예정인데, 한겨레는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들만 지원대상인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화록을 읽어보면, 엠비시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박 후보 지원 논란과 관련해, 이 본부장은 지분 매각 계획을 발표할 장소로 “대학생들 또는 젊은층이 많이 지나다니는 대형 광장이나 대학을 섭외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대중들에게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덧붙인다.
특히 최 이사장이 “(지분 매각 발표를) 지나가는 말로 그냥 하는 게 나은 것 아니냐”고 밝혔는데도 이 본부장은 “그래도 그림은 괜찮게 보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이게 굉장히, 말하자면 정치적으로도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최 이사장이 “대선 앞두고 잔꾀 부리는 거라는 이야기는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자, 이 본부장은 “박근혜에게 도움을”이라며 말을 흐린다. 누가 봐도 엠비시가 정수장학회보다 적극적으로 지분 매각을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 이벤트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방송 지분 매각 대금에서 나오는 연간 이자수입 200억원의 사용처와 관련해서도 최 이사장은 “부산·경남만 학생 수 몇 명인지 찾아놓으라 했다”, “200억원 가지고 충분히 전원 반값 등록금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부산일보 주식을 매각한) 돈 받아서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들에게 반값 등록금을 줄까 했는데, 그건 (엠비시 주식 매각 대금) 200억 가지고 주고 말이야”라고 구체적으로 말한다. 엠비시의 주장과 달리 최 이사장의 발언 어디에도 전국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대목은 없다. 더군다나 전문대(77만명)와 산업대(9만명)를 제외하고도 전국의 일반대 재학생은 현재 211만명으로, 이들에게 200억원을 고루 나눠준다면 한 명당 1만원꼴도 안 된다. 최 이사장이 밝힌 “충분한 전원 반값 등록금”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엠비시는 “한겨레가 대선국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아무런 논리적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음해다. 엠비시는 공공자산인 전파를 사유화해 한겨레를 왜곡·비난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한겨레의 이번 보도는 진실을 알린다는 언론의 책무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음을 독자들에게 분명하고 당당하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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