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돼 억류됐던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MT GEMINI)호 한국인 선원 4명이 586일 만에 무사히 고국 땅을 밟았다.
지난해 4월 30일 케냐 몸바사 항 인근에서 피랍됐던 제미니호 선장 박현열, 기관장 김형언, 항해사 이건일, 기관사 이상훈 씨 등 4명은 5일 오전 4시 22분 인천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간단한 입국 수속을 밟고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선원들은 오랜 억류 생활과 긴 비행시간 탓인지 무척 수척한 모습이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은 듯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지만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선원들은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옥에서 천당으로 올라온 느낌”이라고 귀국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악몽과 같았던 억류 생활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박현열 선장은 "억류 생활 동안 거친 환경 속에서 살해 협박에 끊임없이 시달렸다"면서 "지난 19개월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지난 1일 구조 당시 긴박했단 순간의 심정도 전했다.
당시 석방 작전에서 제미니호 선사의 구조선은 해변에서 선원들을 인계받을 예정이었지만 3m 이상의 파도가 몰아치면서 해안 접근에 실패했다.
결국 인근 소말리아 해상에서 대기 중이던 청해부대 강감찬함 링스헬기가 투입돼 바다로 뛰어든 선원들을 구조낭을 늘어뜨려 구조에 성공했다.
박 선장은 "구조선이 돌아갈 때 얼마나 절박했는지 백사장을 벗어나려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면서 "마침 태극마크를 달고 나타난 강감찬함 헬기를 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헬기에서 내려온 구조낭은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이었다"면서 "동화에서 나오는 동아줄 같았다"고 당시 벅찬 심정을 전했다.
선원들은 또 구조에 힘쓴 정부 관계자와 선사, 관심을 놓지 않았던 국민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선원들은 오랜 피랍 생활로 체중이 크게 감소했지만 검사 결과 건강 상태는 양호한 상태다.
선원들은 이후 오전 6시 30분 비행기편으로 꿈에 그리던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부산으로 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