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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정말로 충성분자들이 사는 도시인가

[기타] | 발행시간: 2013.03.29일 14:46

우리가 아는 평양은 출신 성분이 좋은 충성계층이 모여 사는 도시이다. 평양에는 배급과 전기 공급, 살림집 건설 등 지방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특혜가 집중돼 왔다.

북한은 ‘평양공화국’과 그들을 먹여 살리는 ‘지방공화국’으로 나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굶주린 지방에서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도 평양시민들은 정권에 충성을 다할 것이고 지방에서 봉기가 일어나도 평양은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부에서 바라보는 상식이다.

과연 그럴까. 과거엔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평양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변하고 있다.

평양의 생활수준은 지방에 비해 매우 높다. 배급제 붕괴 후 대외무역과 뇌물 상납으로 부를 쌓은 사람들이 평양에 모여 있다. 이는 사회주의 제도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이 더 부패해지길 바라고 배급제 시절로 돌아가길 가장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평양시민들이다.

평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려면 컴퓨터, 휴대전화, DVD플레이어가 필수적이다. 이런 기기들은 정보 유통을 가속화하고 외부 문명을 빠르게 보급시킨다. 북한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가장 많이 보급되고 한국 문화를 가장 많이 모방하고 있는 곳이 바로 평양이다.

해외에 나가는 외화벌이 노동자의 80% 이상도 출신 성분이 좋은 평양시민 중에서 뽑힌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 15만 명의 대다수는 평양시민들이다. 외부세계를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전근대적 시스템에서 살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깨닫게 된다.

당국의 통제가 가장 먹히지 않고 가장 자유분방한 도시도 다름 아닌 평양이다. 생활총화나 강연회 같은 과거 주민 세뇌를 위한 회의들도 평양에선 이미 돈만 내면 쉽게 빠질 수 있는 형식상 의례가 된 지 오래다.

주민 수탈이 가장 어려운 곳도 평양이다. 과거 김정일이 지시했다는 각종 ‘수탈 금지 방침’을 방패처럼 내밀며 저항하는 데다 권력층이 많아 강제로 빼앗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방의 변화는 평양에 비하면 매우 굼뜨다. 평양에 살다 몇 년 전 지방으로 이주했던 한 탈북자는 “배급이 끊긴 지 오랜 지방에서 오히려 과거 사회주의적 시스템이 더 잘 유지되는 데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회의가 꼬박꼬박 열리고 각종 노력동원과 무리한 수탈도 큰 반항 없이 집행되고 있었단다. 아마 평양에서 그랬다면 당장 거센 반발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방 주민들에겐 외부세계가 어떻게 사는지 깨달을 수단과 능력도, 자신을 억누르는 간부들에게 맞서 반항할 힘도 없다. 그저 3대 세습은 당연한 일이고 대를 이어 충성해야 하며 정권에 불만을 터뜨리면 당연히 감옥에 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북한에선 진짜 공산주의자는 농촌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긴 당장 내일 굶어죽을 수 있는 사람들에겐 먹을 것 이외의 생각은 사치다.

위의 탈북자는 “내가 본 평양시민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살길을 찾아 도망갈 사람들이지만 오히려 지방 사람들이 나라를 지킨다며 목숨 걸고 싸울 것 같았다”라고 고백했다.

평양의 충성심은 역설적으로 평양에 베풀어진 과도한 특혜가 좀먹어 버리고 있다.

최근에도 북한은 해외에 대규모 인력파견을 시작했다. 이 역시 최대 수혜자는 평양시민들이 될 것이다. 충성심이 사라진 평양의 다음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동아일보 주성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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