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 해명초등학교 인근의 지하 대피소 건설 현장. 작년 7월 초 공사를 시작했으나 지지부진해 오는 5월에야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시중 기자
[비상사태 대비 긴급점검] 인천·경기 등 건설 예정 대피소 380곳 중 62곳만 완공
소방방재청 "예산이 부족해…" - 한번에 지으려면 1700억 필요
2년간 순차적으로 62곳 완공, 다 지으려면 10년 넘게 걸릴 판
정부, 지하 시설을 대피소 활용 - 국가예산으로 대피소 건설 않고
지하 주차장 등 대피소 지정… 대부분 화학물질 차단 기능 없어
서울市 독립적 대피소 거의 없어 - 아파트 지하·지하철역 등 대형 지하시설이 대피소인 셈
9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 비상 대피소 공사 현장. 완만한 중턱에 있는 대피소 입구에는 시멘트 포대 12개가 쌓여 있었다. 안쪽 시멘트는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이 대피소는 작년 말 완공이 목표였지만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강화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토지 경계 민원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며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5월 초 준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 위협이 연일 고조되고 있지만 인천·경기·강원도 등 북한과 맞닿은 접경 지역의 주민 대피소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2011년 접경 지역에 주민 대피소가 총 380곳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작년 말까지 완공된 대피소는 62곳(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엔 독립적 대피소가 거의 없다. 대신 정부는 소유주 허가를 얻어 빌딩 지하 주차장이나 아파트 지하, 지하철 역사 등 민간 지하 시설 4000여곳을 대피소로 지정해놓고 있다. 서울 시내 거의 모든 지하 시설들이 대피소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5호선은 역사 깊이가 20m 넘는 곳이 많은데 이런 지하 시설들을 놔두고 새 지하 대피소를 짓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주민 대피소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건 민방위 훈련이 생긴 1975년부터다. 하지만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가 예산으로 대피소 짓는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많은 지역에 지하 시설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가 발생하고 대피소 문제가 부각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세웠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예산 530억원을 들여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에 새 대피소를 짓기 시작했다. 내부에 화장실 등을 갖춰 단기 체류도 가능한 신형 대피소였다.
소방방재청도 2011년 4~8월 용역을 통해 접경 지역에 필요한 대피소 수요를 조사했다. 인천시 강화군과 경기도 김포·파주·양주·포천시와 강원도 철원·화천군 등 비무장 지대나 해상의 북방한계선과 맞닿은 접경 지역의 14개 시·군이 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접경 지역에 대피소가 총 380곳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380곳 대부분이 읍 단위보다도 작아 지하 시설이 거의 전무(全無)한 곳이다. 소방방재청은 이를 토대로 2011년 56곳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대피소 건립에 들어갔다. 2012년엔 17곳의 공사에 들어가 지금까지 6곳을 완공했다. 올해엔 추가로 20곳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년 남짓한 기간에 62곳을 지었으니 대피소 380곳을 모두 지으려면 앞으로도 10여년은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방방재청은 대피소를 한꺼번에 짓는 것은 예산 문제 때문에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피 시설 한 곳을 짓는 데 6억원가량이 드는데, 남은 대피소를 한 번에 지을 경우 예산이 1700억원 안팎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피소를 모두 짓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주요 부처의 상황실로 쓰이는 대피소가 아닌 대부분 지하 시설은 화학물질을 완벽히 막을 정도의 차단 기능이 없을뿐더러 방독면 등을 제대로 갖춘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역은 방독면을 한 곳당 200개 정도만 비치해 놓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접경 지역에 건립 중인 대피소도 포격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임시 대피소"라며 "화생방 방호나 장기 체류 기능은 없다"고 말했다.
[곽래건 기자]
[강화=이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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