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으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경찰수뇌부였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김기용 전 경찰청장 등이 이미 자리에서 물러나 엇갈린 수사 결과 발표의 책임소재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전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1시 서울 수서경찰서가 국정원 여직원 김모(29) 씨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1시간쯤 전 발표 내용을 보고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심야에 갑작스러운 보고를 받은 김 전 경찰청장은 참모진과 해당 내용에 대해 검토할 여유도 없이 ‘개별 사건에 대한 발표는 지방경찰청에서 책임진다’는 방침에 따라 수서경찰서의 보도자료 배포를 용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서경찰서는 ‘김 씨의 노트북 등을 분석한 결과 박근혜, 문재인 당시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 배포를 주도한 김 전 서울청장은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건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직원의 노트북이) 분석되는 대로 빨리 알리는 게 책무라고 판단했다”며 “정반대 결과가 나왔더라도 (자료 배포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전 서울청장이 주도하고 김 전 경찰청장이 용인한 잘못된 수사 결과 발표가 대선 직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지난 3월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예상과 달리 김 전 경찰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이 모두 옷을 벗어 국정원 직원 등 3명이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된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책임질 만한 경찰 수뇌부 인사는 단 한 명도 남지 않은 셈이다.
문화일보 박준희·김병채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