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뮤직비디오 캡처
'싸이는 한류의 전도사인가, 미국 문화의 첨병인가.'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의 뮤직비디오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논쟁을 촉발한 정희준 동아대 교수가 생각을 밝혔다. 정 교수는 지난 18일 프레시안에 <싸이의 '포르노 한류', 자랑스럽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 글은 22일 오전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댓글 1만957개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향을 부르고 있다.
정 교수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신의 기고문을 두고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친 데 대해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 아마 오래오래 살 것 같다. 많은 분들의 관심 때문에 영생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고에 반대하는 의견을 받아들인다면서 “많은 분들이 ‘B급 문화를 즐기면 되는 거지 왜 그러냐’고 말하는데 사실 문화가 총보다 강하다. 싸이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으면 내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싸이 뮤직비디오의 성공을 언론이 ‘릴레이 중계’하고, 그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국민성을 지적하면서 ‘전체주의적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언론이 릴레이 중계 방송하듯 (뮤직비디오) 클릭수를 가지고 기사화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디 워’ 논란, ‘황우석 사태’ 등이 슬쩍 생각이 났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건전한 토론이나 비판이 참 힘들다. 누군가가 비판을 하면 집단적으로 악담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젠틀맨’의) B급문화나 선정성에 대해서 반대하고 싶지 않지만 가족들이 보기엔 난감하다. 중학생 아들이 보기 원하지 않는 뮤직비디오”라고 거듭 주장했다.
정 교수는 "남녀간의 사랑 표시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선정적인 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여성을 지나치게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반복해서 장난과 놀림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불편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돌이나 걸 그룹, 레이디가가나 에미넴처럼 뮤직비디오가 선정적인 가수들도 많이 있지만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온 국민이 같이 보고 응원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온 국민이 응원하는 분위기를 기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는 "B급 문화는 원래 소수의 팬이 즐기는 문화지만 이 뮤직비디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온 국민이 봐야만 하는 그런 비디오다. 외국에서도 이런 유머와 야한 동영상이 있지만 한국과 같은(전 국민이 지지하는) 분위기를 보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정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저질 마초 문화'의 사례로 규정했다. 그는 뮤직비디오 속 장면이 오럴섹스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포르노그래피에 의존해 탄생한 작품. 강자가 약자를 놀림의 대상, 장난의 대상으로 여기며 학대를 반복하는 노리개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싸이의 포르노그래피'에 열광하는 국민, 유튜브 클릭수를 카운트하며 생중계하는 언론, 빌보드차트 몇 등으로 국격이 판가름 나는 줄 아는 나라가 참 재미있다"면서 싸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 현상을 꼬집었다.
정 교수의 기고문 이후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네티즌들은 "포르노그래피건 아니건 간에 대중문화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우습다" "김연아가 불모의 땅에서 금메달 따고 나니 쉽게 생각하는 거랑 똑같다" "선정성은 싸이 특징이라고 해도 이게 한류로 불리기에는 문제가 있는 듯" "무조건 좋다고 하는 한국인이 문제" 등등의 의견이 빗발쳤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