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기관장들도 퇴임 후 줄줄이 수모
국가정보원이 30일 또다시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5년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 이후 두 번째로, 8년 만에 다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혐의 역시 불법적으로 권력의 수족 노릇을 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흡사하다.
국정원은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4년부터 1997년까지 1800여명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불법도청을 감행한 사실이 들통 나 2005년 첫 압수수색을 당했다. 당시 압수수색은 1961년 중앙정보부가 창설된 이래 처음으로 기록됐을 뿐 아니라 한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이었다.
세간에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알려졌던 당시 사건수사를 통해 과거 정권이 정보기관을 이용해 관계, 재계, 언론계 등을 무차별 불법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검찰 수사팀의 좌장은 중앙지검 공안부를 지휘했던 황교안 2차장 검사(현 법무부 장관)였다.
국정원장 또한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각종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등 좋지 않은 말로를 겪는 일이 많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퇴임 39일 만에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역대 정보기관장 수난사에 한 페이지를 더했다. 앞서 노무현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 김승규씨는 각종 설화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에는 김대중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 신건씨가 불법 감청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김영삼정부 때 안기부장을 지낸 권영해씨는 ‘북풍’ ‘총풍’ 등 공안사건 조작혐의로 김대중정부 들어 수차례 기소돼 자해소동까지 벌였다. 전두환, 노태우정부 시절의 이희성, 유학성, 장세동, 안무혁, 이현우 등 전직 수장들은 김영삼정부 시절 군사반란 등의 혐의로 역사의 단죄를 받았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