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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이 소설집 낸 까닭은

[CCTV 한국어방송] | 발행시간: 2013.05.06일 03:03
['이야기' 파는 명품 브랜드]

100년된 '트렁크' 관련 신문 기사들, 소설가 11명에 공개해 책으로 발간

"소설로 은밀하게 브랜드 역사 강조… 상품 드러내지 않는 차별화 전략"

'1911년 8월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를 도난당했다고 발표했다. 한 카페의 웨이터는 "내가 아는 어떤 부자가 모나리자를 훔쳤고, 트렁크 속에 숨겨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1911년 9월 4일자 프랑스의 한 신문에 실린 기사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나리자'가 아니라 '트렁크'(프랑스어로는 malle)다. 핸드백과 여행용 가방으로 유명한 프랑스 회사 '루이뷔통'의 3대째 계승자인 가스통-루이뷔통(Gaston-Louis Vuitton·1883~1970)은 못 말리는 수집가였다. 그는 '트렁크'라는 단어가 들어간 신문 기사는 모조리 스크랩해서 공책에 붙여 놓았다. 잃어버린 트렁크, 핏자국이 묻은 트렁크, 각종 성추문 스캔들·스파이·공주·증기기관차와 얽힌 트렁크 이야기에 특히 열광했다. 이렇게 모인 스크랩은 큼직한 트렁크 안에 차곡차곡 보관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신문 기사 스크랩이 가득한 트렁크는 버려질 수도, 그저 일반에 공개될 수도 있었다. 루이뷔통사(社)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다. 이 회사는 갈리마르 출판사와 손잡고 프랑스 소설가 11명을 모았다. 파트릭 외들린, 베로니크 오발데, 마리 다리우섹, 비르지니 데팡트, 니콜라 데스티엔느 도르브 등이다.

소설가들은 각각 따로 정중하게 루이뷔통 저택에 초대됐다. 이들은 가스통-루이뷔통이 작업실로 쓰던 방으로 안내받았고, 트렁크 속 신문 기사 스크랩도 읽게 됐다. 모나리자 도난 사건은 소설가 파트릭 외들린의 흥미를 끌었다. 시리아 출신 회계사가 시체를 트렁크에 넣고 가다 적발된 사건은 비르지니 데팡트를 자극했으며, 니콜라 데스티엔느 도르브는 파리 리츠호텔에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트렁크 속 원고 얘기에 빠져들었다. 작가들은 각각 단편소설을 썼고, 루이뷔통은 그 11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최근 '더 트렁크(The Trunk)'라는 소설집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발간했다.

패션 회사들이 제품 광고도 아닌 소설집 발간에까지 나선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히 제품이 아닌 '스토리' 판매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한때 프라다, 도나 카란, 까르띠에 등 패션 회사들이 영화 제작에 열을 올리며 각종 '패션 필름'을 제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에르메스처럼 매년 여행 책자를 발간하는 회사도 있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학과 교수는 "이 모든 것이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 한때 영화가 유행했다면, 루이뷔통은 이젠 소설을 택한 것이다. 영화보다 소설은 더 아날로그적이고 은밀한 매체일 수 있다. '우리의 가치는 희소성과 역사성에 있다'고 말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을 찾은 것이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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