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5일 미국 출국을 위해 대통령 전세기인 '코드원' 탑승구에 오르고 있다/채승우 기자
5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세기를 이용해 미국 방문길에 오르면서 각자 전용기를 타고 박 대통령을 따라 미국으로 출국한 재벌 총수들과 미묘한 비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회에서 대통령 전용기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대통령은 항공사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빌린 비행기인 전세기를 이용하는 반면, 재벌 총수들은 각기 그룹에서 구매해 소유하고 있는 전용기를 통해 출국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상당수 해외 정상들이 대부분 대통령 전용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대통령 전용기 구입을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의 위협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항공기를 빌려 타는 것은 안보상에도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동행하는 52명의 경제 사절단 가운데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 총수들은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에 탑승하지 않고 모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용기 편으로 각각 출국했거나 할 예정이다.
SK그룹이 2009년에 도입한 전용기 걸프스트림사의 G550. LG그룹도 같은 기종의 전용기를 갖고 있다. /LG그룹 제공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박 대통령 방미 출발에 하루 앞선 4일 삼성그룹의 전용기인 'B737-7EG'를 타고 미국 포틀랜드로 출국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두 딸을 대동한 채였다.
18명이 탑승가능한 이 회장의 전용기는 2006년 제작된 것으로, 구입 가격이 6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역시 6일 김포공항에서 전용기를 통해 LA국제공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전용기도 18명이 탑승 가능하다. 2008년 인도에서 제작됐으며 가격은 900억원대에 달한다.
LG그룹 구본무 회장 역시 자사의 전용기 ‘걸프스트림’사의 G550을 타고 개인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며, SK그룹의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회 의장도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용기편을 통해 6일 미국 시애틀로 출국한다.
5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고 있다./채승우 기자
반면 박 대통령은 5일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코드원’을 타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코드원’은 청와대가 대한항공으로부터 B747-400을 5년간 빌린 전세기다. 이번 전세기의 계약은 이명박 정부에서 체결돼 2015년 3월까지 임차계약이 돼 있다. 임차 비용은 분기당 64억원 정도로 알려져있다.
대통령 전용기 도입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모두 추진됐으나 예산 문제로 번번히 국회 반대에 부닥쳐 무산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방호 능력을 갖춘 대통령 전용기를 도입하는 데 최소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언제까지 자체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민간 항공기를 임차해 내부를 개조한 뒤 타고 다녀야 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항공사 측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몇달 전부터 임차용 항공기 내부를 개조하긴 했으나, 애초부터 대통령 전용기로 만들어 구입한 미국의 ‘에어포스원’ 등 해외 정상들의 전용기들과 비교하면 보안 수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에서는 임시 방편으로 국방부에서 대한항공에서 임차한 대통령 전세기에 '미사일 접근 경고장치(MAWS)'나 항공기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지향성 적외선 방해장비(DIRCM)' 등의 장착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예산 문제 등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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