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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선물 산나물… 지금이 제철

[기타] | 발행시간: 2013.05.09일 04:01

거의 다 자란 고비나물이 청순한 초록빛 잎을 오무리고 있다. 고비나물은 갈색에 솜털 덮인 어린순일 때 먹어야 한다. 이렇게 초록빛이 되면 보기는 좋지만 너무 자라서 먹지 못한다.

파워블로거 신혜정씨와 산나물 산행

"6월까지 바짝 캐서 얼리거나 말리거나"

"오, 취나물이네. 오자마자 찾았네. 이거는 벌개미취고. 여기는 윤판나물 있네. 우와, 바디나물이다. … 헉, 더덕이다. 더덕이이~ 있습니다아~."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일요일, '엄마의 약초 산행'(라이스메이커)을 펴낸 신혜정(44)씨와 남편 정경주(49)씨가 경기도 양평의 한 야산으로 나물을 캐러 갔다. 참나무 우거진 산비탈을 걸어 올라가기를 30여분, 부부의 배낭은 각종 산나물로 가득 찼다. "나오면 지천에 먹을거리가 널렸어요. 모르는 사람에게는 다 풀이겠지만요."

신혜정씨는 "올해는 지금이 딱 나물 뜯기 좋은 시기"라고 했다. "평년보다는 열흘이 늦네요. 보통 4월 15~18일이면 나물을 뜯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벌써 5월이잖아요." 도시에서 나물을 사먹은 이들이라면 '이제야 나물이 나오나'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추위가 한창인 2월 말이면 각종 나물이 대형마트와 시장에 쌓여 팔리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나물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자연에서 나물이 나는 시기는 이보다 늦다. 특히 평지보다 기온이 낮은 산에서 자라는 산나물은 4월 중순은 돼야 나오기 시작한다.

신씨도 어려서부터 나물과 약초와 친숙했던 건 아니다. 그녀의 고향은 전남 고흥, 그것도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생선이나 해초 따위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만 먹으며 자랐다. 나물은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없어서 못 먹었다. 그런 그가 나물과 인연을 맺게 된 건 10년 전이다. "둘째 애를 낳고 나니 몸이 아파요. 우울증 같은 것도 생겼어요. 몸이 너무 무겁고 불면증도 왔어요. 그런데 집 근처에 작은 산이 보였어요. 남편이나 시어머니와 산을 찾았어요. 마음이 풀리더라고요."
그렇게 시어머니와 산에 오른 어느 날이었다. 평소 다니던 길로 산을 내려오는데, 길가에 올라온 풀줄기가 평범치 않아 보였단다. 그때만 해도 나물에 관해선 까막눈이었지만, 왠지 감이 왔다. 재미 반, 호기심 반으로 시어머니와 풀뿌리를 캐서 집으로 가져왔다. "약초 관련 사이트와 온라인카페를 몇 시간 뒤졌어요. 둥굴레더라고요. 먹을 수 있고 약도 된다는거예요." 그렇게 하나하나 나물과 약초를 배워나갔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혼자만 보기 아까워 사진을 찍었다. 블로그(blog.daum.net/da0464)를 만들어 사진과 글을 올렸다. 매일 1000여 명이 찾는 인기 블로그가 됐다. 그는 흔히 말하는 '파워블로거'가 됐고, 나물과 약초를 다룬 책까지 내게 됐다.

매주 일요일 부부는 나물을 캐러 산에 오른다. 남편 정경주씨도 "신 여사"라고 부르는 아내 덕에 나물 전문가 다 됐다. "나물을 6월까지 바짝 캐요. 데쳐서 얼리거나 말려서 이듬해 봄까지 먹어요. 7월부터는 너무 더워서 거의 안 다녀요. 그러다 가을이 되면 버섯을 따지요. 숲이 너무 우거지면 나물이 잘 자라지 못해요. 소나무숲이나 대나무숲에는 나물이 없고요. 햇볕이 잘 들면서도 그늘도 적당히 있는 참나무숲이 좋아요."

신씨는 "산은 야박하지 않다"고 했다. "언제든 산에 오면 먹을 만큼은 따 가거든요. 그것보다 오늘 참 좋네요. 꽃도 올라오고 초록도 화사하고…. 정말 좋다."

신혜정씨는 “사람들이 너무 두릅만 따 가서 아쉽다”고 했다. “봄이면 버스 타고 단체로 우르르 산에 와서 제대로 자라지도 않은 두릅을 막 따 가요. 두릅만 아니까요. 다른 나물은 잘 모르는데다 잘못해 독초라도 딸까 봐 그렇지요. 어떨 때는 더덕이 바로 밑에 있는데도 두릅만 따 가더라고요.” 그에게 이맘때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물을 구분하고 먹는 법을 들었다.

■취나물

'취'는 나물이라는 뜻의 채(菜)에서 유래한 말. 그러니 취나물을 풀면 '나물나물'이 된다. '나물 중의 나물'로 기억하면 쉽다.

1 취나물. 2 더덕. 3 고추나물. 4 별개미취. 5 두릅. 6 으아리. 7 우산나물. 8 윤판나물

봄철 산에는 여러 종류의 취나물이 있다. 보통 취나물이라고 할 때는 참취를 말한다. 작은 깻잎처럼 생겼다. 곰취도 깻잎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둥글고, 단풍취는 단풍잎과 닮았고, 벌개미취는 잎이 난처럼 얇고 길다.

신혜정씨는 "곰취와 비슷하게 생긴 동의나물은 독성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곰취는 잎 표면이 까슬까슬한 반면, 동의나물은 매끈매끈해요. 독초는 매끈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화장실 바닥이 미끄러우면 자빠져 죽는다'고 외우면 쉬워요." 곰취의 제맛을 즐기려면 생으로 먹는다.

■우산나물

신혜정씨는 "취나물이 있는 그늘진 습지에는 우산나물도 많다"고 했다. 다 자라면 좁고 긴 잎들이 우산 모양으로 동그랗게 펼쳐진다. "쌈 싸 먹으면 맛있는데, 덜 펴져야 먹어요. 솜털이 보송보송하면서 우산을 접어놓은 듯한 모양일 때요. 우산나물하고 비슷하게 생긴 독초로 '삿갓나물'이라고 있는데요, 이것도 동의처럼 잎이 매끈해서 구분할 수 있어요." 다 자란 우산나물은 나물로 먹기는 뻣뻣하지만, 약초로 이용할 수 있다. "관절염이나 타박상에 효과가 있고, 중풍이나 마비 증상을 앓는 이에게 좋다고 해요."

■바디나물

당귀와 비슷하다고 해서 '개당귀'라 불리기도 하는 나물이다. 잎이 줄기에 3~5장씩 뭉쳐서 어긋나며,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당귀와 비슷하지만 더 둥글고 넓적하다. 보드라운 어린 잎을 따서 쌈 싸 먹거나, 살짝 데쳐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된장과 참기름, 다진 마늘·파에 조물조물 무쳐 먹어도 좋다. 달콤하고 향이 그윽하다. 기침과 천식, 관절염, 당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바디나물의 뿌리는 한방에서 전호(前胡)라 불리며 약재로 사용된다.
■더덕

"오, 생각보다 크네! 향이 확 나네!" 남편 정경주씨가 호미로 더덕을 캐내자 신혜정씨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더덕 특유의 쌉싸래하면서도 신선한 향이 주변에 확 퍼졌다. 밭에서 재배한 더덕보다 씨알이 작았지만 향기는 훨씬 짙었다. 야생 더덕은 끈끈한 진액도 훨씬 더 많이 묻어 나온다. 더덕은 땅 위로 나온 잎을 보고 찾아낼 수 있다. "거의 같은 모양과 크기의 잎 4장이 두 장씩 서로 마주 보며 붙어 있어요. 전체적으로 십자가 모양이지요. 알아보기 쉬워요." 신씨는 더덕 뿌리는 챙겨 넣어두고 부드러운 순과 잎은 산행을 하면서 씹어 먹는다. "줄기를 질겅질겅 씹으면 달착지근해요. 갈증도 없어지고 피로도 풀리는 기분이에요."

■엄나무(음나무) 순

가시가 돋은 가지 끝에 두릅 비슷한 새순이 올라온다. 두릅처럼 생겼지만 이파리가 단풍잎 모양이고 윗면에 윤기가 흐른다. 두릅과 닮았다고 하여 '개두릅'이라고도 하는데, 신혜정씨는 이 이름이 불만이다. "보통 '개'라고 붙으면 원래보다 못한 것을 말하잖아요. 하지만 개두릅, 그러니까 엄나무 순은 두릅보다 맛있어요. 엄나무 순을 먹어본 사람은 두릅하고도 안 바꾼다고 해요." 오랫동안 물에 우려 쓴맛을 뺀 다음 나물로 먹거나 고기를 싸 먹는다. 약재로는 엄나무 껍질이 주로 쓰인다. 통증 완화 효과가 뛰어나 관절염, 신경통, 근육통 따위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고추나물

"고춧잎처럼 생겼어요. 노란 꽃이 지고 나면 고추처럼 빨간 열매가 달리는 것도 고추랑 비슷하죠. 씹으면 아작아작 맛있어요." 가지 끝을 잡고 반대쪽으로 훑으면 이파리가 후드득 떨어진다. 신혜정씨는 간장과 참기름, 고춧가루, 다진 마늘, 소금 등 갖은 양념에 무치고 깨소금을 뿌려 먹는다. 다 자라면 역시 약초로 쓴다. 피를 토하고 코피를 흘리는 증상이나 혈변 등을 개선하고, 외상이나 타박상 따위의 치료를 돕는다고 한방에서는 말한다.
■둥굴레

둥굴레차는 뿌리를 우린 물이다. 새순을 나물로 먹는다. 살짝 데쳐서 찬물에 담가 쓴맛을 뺀 뒤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첫맛은 달큰하고 끝 맛은 약간 쌉싸름하다. 갖은 양념에 무쳐 나물로 먹어도 맛있다. 데쳐서 말려뒀다가 먹을 때 다시 데쳐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간장과 다진 마늘 따위를 넣고 볶아 묵나물로 요리해도 훌륭하다. 뿌리는 가을인 9월경 채취한다.

■고비나물

"고사리의 일종이에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건 참고비죠. 독성이 좀 있어서 많이 우려야 돼요." 갈색이고 솜털이 보송보송할 때가 먹을 때다. 솜털이 사라지고 파랗게 변하면 너무 자라서 못 먹는다. 끓는 물에 삶아 하룻밤쯤 찬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 다음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고추장과 간장, 다진 마늘, 들기름을 넣고 무쳐서 먹기도 한다.

[양평=글·김성윤 기자]

[사진·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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