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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기층 탐방]76세 사장할머니와 40년 전통 맛집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3.07일 12:19



사평역에 내려 광장 앞 오른쪽 천교가를 따라 동쪽 방향으로 500메터 쯤 가다보면 바로 길옆에 조선족 전통 건축 양식으로 외관을 보기 좋게 장식하고 ‘천지식당’이라고 조선어로 쓴 간판과 함께 1985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글구가 한눈에 안겨온다. 사평시에서 가장 오래된 조선족식당, 4년도 버티기 어렵다는 요즘 료식업종에서 장장 40년 동안이나 악착같이 견지하면서 일개 무명 음식점으로부터 당지에서 소문난 전통 맛집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가? 자신의 두 손으로 이 식당을 일떠세우고 4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개근생’으로 일밖에 모르면서 한생을 살아온 76세 최순애 사장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숨은 비결을 알아본다.

“저의 고향은 구태의 음마하입니다. 22살이 되던 해에 교하 상가촌이라는 조선족마을의 일곱식구가 사는 황씨가문의 맏며느리로 시집을 갔지요. 이 식당을 열게 된 계기는 당시 사평에 살고 있던 친척이 우리 집에 왔다가 사평시내에 조선족음식점이 없으니 한번 해볼 생각이 없는가고 한마디를 해온게 불씨가 됐지요. 생활형편이 어려울 때라 한창 젊은 나이에 어떻게 하나 좀 더 잘살아보겠다고 오매불망에도 생각하던 중 그런 말을 듣고 겁도 없이 이 바닥에 뛰여든 거지요.”



1985년 농촌에서 호도거리가 금방 시작되고 시내에서 개체공상호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할 즈음, 시골에서 20년 동안 땅을 뚜지던 최순애는 두 아이를 시부모에게 맡기고 남편과 함께 사평시로 왔다. 여기저기서 꿔온 3,800원이 전부의 창업자금이였다. 그는 지금 식당에서 얼마 멀지 않은 위치에 60여평방메터 되는 가게를 350원씩 월세를 내기로 하고 식탁 6개를 놓고 영업을 시작했다.

“모든 것을 남편과 단둘이 했지요. 역전 부근이라 손님들이 한밤중에도 찾아왔는데 새벽 3, 4시가 돼서야 문을 닫는 일이 보통이였어요. 눈도 제대로 못붙이고 또 새날 장사를 시작해야 했지요. 그래도 돈이 들어오는 재미에 크게 힘든 줄을 모르고 일했지요. 한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10년 가까이 주방에서 혼자 헤매며 일했답니다.”

최순애 부부는 힘을 합쳐 10년 동안 악착같이 벌어 모은 돈으로 근처에 150평방메터 되는 영업집을 사서 규모를 확장하여 제집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음식맛과 식당 주인의 대쪽 같이 바른 상업 도덕이 주변에 널리 알려지면서 식당을 찾는 고객들이 점점 많아졌으며 여름 한철에는 랭면을 먹으러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렇게 고객들이 줄을 잇자 자신의 영업집을 남에게 세주고 400여평방메터 되는 지금의 이 자리로 이사와서 오늘까지 영업을 해오고 있는데 이 식당은 사평시의 소비자가 시름놓고 소비할 수 있는 시범음식점이기도 하다.

천지식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식당을 운영해오면서 오늘까지 지키고 있는 원칙이 하나 있으니 바로 ‘내가 집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식재료를 구입하고 또 직접 장만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다가 품질이 나빠 안된다고 거절하자 “당신네 식당이 뭐가 그래 대단해서, 당신들이 사지 않아도 다른 식당에서 얼마든지 가져간다”라고 장사군한테 핀잔을 받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고객이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잔머리를 굴리거나 장난을 치지 말아야 합니다. 음식은 섬기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최순애 사장할머니는 이는 식당을 하는 업주들이 지켜야 할 도덕이여야 하고 최저선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가을에도 그는 자기 두 손으로 직접 팔천근이나 되는 무우를 사다가 썰어서 무우말랭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해마다 오백근 넘는 메주를 써서 된장을 손수 담그기도 한다. 된장을 담그고 다른 식재료를 보관하기 위해 시내에 50평방메터 되는 집을 특별히 세맡기도 했다니 음식 재료에 쏟는 그의 지극한 정성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내가 한창 젊었을 때 시아버지는 나를 보고 남을 퍼주기 좋아하고 헤퍼서 평생 돈을 못번다고 웃으면서 말씀했지요. 지금 돌이켜보니 돈은 그나마 좀 벌었는데 헤픈 성격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최순애 사장할머니는 베품과 배려심이 몸에 배인 사람이다. 아들이 중학교를 다닐 때 부모를 잃은 한반 학생이 어렵게 보내는 것을 료해하고 그는 아침, 저녁으로 불러서 아들과 같이 밥을 먹도록 하고 그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자 오천원을 손에 쥐여주면서 힘든 시간은 꼭 지나갈 것이니 학업을 견지하라고 당부했다. 사회에 나와 남방에서 사업하는 아들의 친구는 제일 힘들었을 때 도움의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었던 조선족 어머니의 고마음을 잊을 수 없어서 지금도 사흘이 멀다하게 전화로 안부를 묻고 있다.

식당 종업원들이 어려울 때 지원을 아끼지 않던 일, 조선족로인협회에서 활동이 있을 때 떡이며 순대 같은 음식을 보내주던 일 심지어 외지에서 병 보이러 사평에 왔다가 밥 먹으러 식당에 온 일면무식의 사람에게 돈을 꿔준 일… 식당에서 십년 째 일하고 있는 장려는 “말도 마세요. 최사장은 돈이 없다며 공짜로 먹으려고 들어오는 '고객'에게도 료리를 주문하게 해서는 따뜻한 국과 함께 대접하는 그런 아주 특별한 분이랍니다. 또 한번은 돈이 없는 '고객'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자기 돈을 팔아가며 려관까지 들도록 한 적도 있어요.”라고 감탄해서 말했다.



식당 종업원들의 얘기가 나오자 최순애 사장할머니는 “직원들은 나의 가족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가족들에게 힘들고 어지럽고 더러운 일을 시키지 않고 내가 나서서 하듯이 나는 언제나 직원들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천지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현재 10명이며 모두 오래된 직원들로서 근무 년한이 제일 짧은 종업원도 이곳에서 일한 지 4년 된다. 일자리 변동이 제일 많은 료식업종에서 이는 실로 흔치 않은 일이다. 류연파는 20대 젊은 나이에 천지식당에 들어와서 장장 30년을 최순애와 함께 일하다가 60살이 다 되여 심수에 있는 아들집에 가서 뒤바라지를 해줘야 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식당을 떠나야 했다.

“한 식당에서 30년 동안이나 일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 그동안 우리는 같이 한해 두해 일해가면서 정이 깊어갔지요.” 류연파가 떠나간 후 최순애는 저녁 퇴근 후 집에서 그녀 생각을 하면서 며칠 동안 눈물을 흘리군 했다. 식당에서 10년 째 일하고 있는 장려는 료녕에서 왔는데 이곳은 그녀가 찾은 첫 일터며 정이 들 대로 들어 다른 곳에 갈 생각을 아예 하지도 않고 있었다. 장려는 “이곳에서 일하면 마음이 너무 편합니다. 최사장은 우리를 가족처럼 대해주고 챙겨주며 우리는 전혀 압박감이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환경에서 편한 마음으로 일하니 설령 로임을 좀 더 주는 곳이 있어도 모두들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거지요.”라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곳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원인을 밝혔다.

착하고 배려심 깊은 마음에 그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만드는 음식 그리고 그 마음으로 직원을 단지 고용과 피고용의 로동관계가 아닌 가족처럼 대하는 태도, 자신에게는 ‘깍쟁이’지만 남에게는 ‘헤픈’ 인성… 40년을 지켜온 천지식당의 성공 뒤에는 76세 최순애 사장할머니의 심혈이 구석구석에 말없이 슴배여있다.

/길림신문 리철수 유경봉 오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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