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오드리 헵번을 순식간에 세기의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시킨 영화다. 둥글게 솟구친 비하이브 머리를 한 채 가녀린 보디라인을 따라 흐르는 블랙컬러의 시스 드레스, 화려한 진주목걸이와 장신구들, 버그 아이 선그라스를 매치한 홀리(오드리 헵번)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았다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속에서 그가 입었던 T형으로 등이 깊게 파인 블랙 새틴 드레스는 코코샤넬이 1926년에 최초로 발표한 리틀 블랙 드레스 이후 혁명과도 같은 반응을 얻어 내며 주목받았다. 지방시의 모델이자 뮤즈였던 오드리 헵번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 의상을 지방시로 선택했을 만큼 그와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심지어 사적인 옷들도 지방시에게 의뢰할 정도였다.
54년도 영화 ‘사브리나’를 기점으로 그는 ‘화니 페이스’, ‘하오의 연정’, ‘마이 페어 레이디’, ‘뜨거운 포옹’ 등 수많은 영화에서 지방시 컬렉션을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지방시의 절제된 실루엣과 그의 우아한 분위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50~60년대에 레이디 라이크 룩 열풍을 일으켰으며 젊은 여성들의 롤 모델, 패션계의 영감이 됐다.
블랙 드레스는 1910년대를 풍미했던 강렬한 색상에 대항하고 남성복에만 뿌리내렸던 검정색을 여성복에도 담아내고자 했다. 또한, 장식성이 배제된 검정색 실루엣을 통해 성별, 계급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해 고정 관념을 허물려 했다.
블랙 드레스의 도입 당시에만 하더라도 상복에서나 사용되던 검정색을 여성의 일상복에 담아냈다는 점이 패션계에 큰 충격을 줬다고. 그도 잠시,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블랙 드레스의 실루엣이 어떤 자리에서나 어울리는 ‘잇 스타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덕분에 수 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성들의 변하지 않는 클래식 스타일의 정석으로 꼽히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