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정보 당국의 비밀 정보 수집 행위를 폭로하고 하와이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다시 제3국으로 도피한 이른 바 '스노우든 사건'이 미·중·러 3개국 관계의 현 상태를 보여주고, 사이버전이 이 시대에 새롭게 표출된 신냉전 형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BBC 중국어판은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사건은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 관계와 중·러 간의 친밀한 전략 동반자 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전했다.
미국은 애초 스노든우을 간첩죄 등으로 기소하고 범죄인 인도 청구를 통해 홍콩으로부터 송환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스노우든은 지난 23일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에 무사히 도착했고, 현재 이틀째 행방불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사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노우든이 홍콩(중국)을 떠나 첫번째 도착한 국가는 러시아로,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같은 편에 서서 손잡고 미국에 대응하려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 중국과 러시아가 사이버 전쟁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린허리는 "3개국의 관계는 예전 냉전시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 모두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런 이유로 스노우든을 자신이 원하는 남미 국가로 보내줌으로써 충돌이 가열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노우든 사건이 미·중 관계에 미치는 영행에 관련해서는 최근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뤄진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의 회담에서 두 정상은 사이버 안보 협력에 관련해 논의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양국간 적어도 이 분야 협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그는 역설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새로운 대국 관계를 위해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신뢰의 정도는 아직 부족하고, 단기간 퇴보한 모습도 보여줄 것이라고 린허리는 주장했다.
이어 린허리는 많은 전문가들은 수 년 간 지속돼온 인터넷 해킹 전쟁이 새로운 냉전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이 분야에서의 공격 능력을 강화하고, 인터넷 냉전은 점점 더 격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국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스노우든이 홍콩을 떠나 러시아로 간 것은 의도적인 선택"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중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이 논평을 통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 행위를 한 미국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스파이계의 가장 큰 '악당(villain)'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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