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류현진
直立原人 호모 에렉투스부터 물체 빠르게 던질 수 있게 진화
빠르게 던지는 건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는 성인의 서너 배 힘을 갖고 있지만 던지는 속도는 중학교 1학년 야구선수의 3분의 1 수준(시속 30㎞대)에 그친다.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기록은 시속 169㎞나 된다.
인간이 던지는 강속구가 200만년 전 인류의 진화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닐 로치(Roach) 박사 연구진은 영국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난 달 26일자에 실린 표지논문에서 "직립원인(直立原人)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에서 일어난 해부학적인 변화 덕분에 인간이 빠르고 정확하게 물체를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하버드대 야구 선수 16명을 포함한 운동선수 20명의 투구 동작을 3D 카메라로 촬영해 분석했다. 비밀은 어깨에 있었다. 어깨뼈에 연결된 위팔뼈(어깨부터 팔꿈치에 이르는 뼈)가 뒤로 당겨지면 주변 인대와 힘줄이 늘어난다. 이때 새총 고무줄처럼 인대와 힘줄에 탄성 에너지가 축적된다. 다시 위팔뼈가 앞으로 향하면 탄성 에너지가 발산돼 공이 빠르게 날아간다. 분석 결과, 공을 던지는 힘의 절반은 어깨에 저장된 탄성 에너지가 내며, 나머지는 근육의 힘으로 나타났다. 또 위팔뼈가 어깨뼈에 끼어 있는 구멍이 인간은 몸 바깥 쪽으로 향하고 있어 팔을 돌리기 쉽지만, 침팬지는 몸 앞쪽으로 향하고 있어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연구진은 20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해부학적 구조와 비슷하도록 하기 위해 운동선수 팔에 보조기구를 붙여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만든 상태에서 실험을 했다. 부자연스러운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늘날과 같은 투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른 보조기구를 붙여 호모 에렉투스 이전의 원인처럼 만들었더니 빠르게 공을 던지지 못했다.
로치 박사는 "인간이 물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던질 수 있게 되면서 더 큰 동물을 사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단백질 섭취가 늘면서 몸과 머리가 더 커지고 이전에는 살 수 없던 지역으로 이주도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구 능력이 인류의 번성에도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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