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ws24 이진호 기자] "군대에서 연예병사는 사기를 높이기 위한 봉사단이다."
배우 정준호가 지난 18일 전격 폐지된 ‘연예병사’에 대해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혈기왕성한 친구들의 실수"라는 그의 옹호론은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납득이 갈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연예병사가 봉사단"이라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옹호를 넘어 연예인에 대한 특권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정준호는 지난 18일 오후 방송 된 종합편성채널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근무기강 문제로 폐지 결정이 내려진 연예병사 제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이날 정준호는 "군대에 다녀오면 누구나 그런 곳(안마시술소)을 가본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고. 그런데 한 순간의 철없는 실수가 평생 후배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는 건 가혹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예병사 제도의 존폐 문제’에 대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없애는 것보다 잘 파악해 장기적으로 원활하게 운영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된다. 군대에서 연예병사는 사기를 높이기 위한 봉사단이다. 사기진작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데 없어져서 군 생활의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SBS '현장21'은 지난 달 25일 세븐, 상추 등 연예 병사들이 사복 차림으로 음주를 하고, 숙소를 이탈해 안마시술소를 찾은 모습을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국방부 측은 자체 감사를 통해 연예병사 제도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3주 간의 감사를 마친 국방부는 18일 오전 공식 브리핑을 열고 "근무지원단 지원대대 홍보지원대원(연예 병사)에 대한 감사 결과, 해당 제도의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준호의 옹호 발언은 국방부가 ‘연예병사’ 제도를 전격적으로 폐지한 이후 나온 말이라 반발이 더욱 거셌다.
선배 배우로서 "혈기왕성한 친구들의 한 번 실수로 너무 가혹하다"는 말은 충분히 나올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정준호가 이번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중들이 ‘연예병사’에 대해 화가 난 본질은 단순히 ‘안마방 출입’이라는 데 있지 않다.
80만 젊은 청춘들이 밤잠 설쳐가며 ‘국방의 의무’를 다할 때 이들은 무단으로 영외를 이탈해 음주와 안마방 출입이라는 ‘죄’를 저질렀다. 특히 일반 병사들에겐 ‘영창’감인 핸드폰 사용을 자유롭게 하는가 하면 선, 후임 사이에서도 "형, 동생"으로 호칭하며 군 기강 해이가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 보여줬다.
국방부의 연예병사 폐지결단이 단순히 ‘안마방’ 출입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연예병사는 봉사단"이라는 정준호의 말은 연예인에 대한 특권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건강한 젊은 청년들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연예 병사들에겐 ‘봉사’였다는 의미다. 이같은 발언은 80만 명의 장병들을 순식간에 봉사 받아야 할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소신발언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민주주의 제도 하에 소수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것 역시 민주 시민으로서의 의무다. 하지만 공인(恭人)으로서 본인의 말에 책임지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것 역시 민주 시민의 의무이자 몫이다.
사진=eNEWS DB, '쾌도난마'
이진호 기자 zhenhao@enews24.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