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日 국가부채 위험 경고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는 일본 경제가 지난 20년간 쇠락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외부에 미치는 파급력은 미미했지만, 이번 아베노믹스의 결과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정부 지출 확대와 양적 완화, 경제 구조 개혁을 조합해 장기 불황 탈출을 꾀하고 있다. 신문은 이러한 아베노믹스를 '위험한 도박'에 비유했다. 도박이 성공할 경우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 견인차로 재부상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후지산처럼 거대해진 일본의 국가 부채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분석기관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RGE)'의 마이클 마네타 수석 연구원은 "아베노믹스는 (글로벌 경제에) 거대한 충격을 가져다줄 잠재력이 있다"며 "그 충격은 우리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목격한 것과 비슷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간 아베노믹스에 우호적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이달 들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 가운데 하나로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꼽았다.
전문가들이 보는 실패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현재 일본의 국가 부채는 경제 규모의 2.5배에 이른다. 아직은 일본 국채의 95%를 자국인이 보유하고 있지만, 곧 국내 채권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 신규 국채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이들이 리스크를 감안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경우,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교수와 호시 다케오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해 공동 집필한 논문에서 일본발 경제 위기의 발생 시점을 '7~10년 이내'로 잡았다. 투자자들이 이 시기를 예측해 움직일 경우 위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WSJ는 우려했다.
[뉴욕=장상진 특파원]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