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CIA·국방부 소속… 블랙리스트 올라 대부분 삶 파탄]
WP "내부고발자의 힘든 삶, 스노든의 미래 보는 듯"
위키리크스에 기밀 넘긴 매닝 일병도 판결 앞둬… 반역 혐의 인정땐 최대 종신형
미 국무부 고위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피터 밴 뷰렌은 이라크 재건사업 과정에서 많은 예산낭비와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폭로했다가 해고됐다. 그는 이후 미 정부의 '블랙리스트(blacklist·위험인물 명단)'에 올라 제대로 된 직장을 찾지 못했고, 현재 동네 잡화점에서 시급(時給)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밴 뷰렌은 "내부고발을 했다가 정부에 찍힌 이후 살아가는 게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정부가 감추고 싶어 하는 비밀을 폭로한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내부고발자)'들은 대부분 순탄하지 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국가안보국(NSA)의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하고 도주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영웅이 될지 반역자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전 사례를 보면 그의 미래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노든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한 달째 머물며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그를 절도 및 간첩 혐의로 기소했으며, 최근 러시아에서 신병을 인도받기 위해 "스노든을 사형에 처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CIA와 NSA에서 연봉 15만달러(1억7000만원)를 받으며 전자정보 전문가로 활약하던 토머스 드레이크는 9·11 테러 후 NSA의 국내 감시 프로그램에 대해 상부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묵살되자 이를 언론에 폭로했다. 그는 국방대학원으로 전보됐다가 2007년 해고됐다. 현재는 애플 매장에서 아이폰 판매원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드레이크는 법정 투쟁을 벌여 간첩 혐의는 벗었으나 복직하지 못했다. 여전히 연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2010년 한 대학에서 어렵게 강사 자리를 얻었을 때도 몇달 후 대학 측이 드레이크가 여전히 정부 수사를 받고 있어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CIA와 국방부에서 핵무기 정보를 다루던 리처드 발로 역시 내부고발 이후 삶이 파탄 났다. 그는 조지 H W 부시 행정부 때 국방부가 파키스탄에 F-16 전투기를 판매하려는 계획을 막기 위해 의회에 "국방부가 파키스탄의 핵 능력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고 폭로했다가 해고됐다. 사건 후 그는 CIA에서 함께 일하던 부인과 헤어졌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파산 상태인 그는 현재 차량에서 생활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번역관으로 일하던 시벨 에드먼즈는 내부 위법행위를 폭로했다가 해고됐다. 그는 워싱턴DC 인근에서 계속 살고 싶었으나, 주변 눈총을 못 견디고 서부 오리건주로 이사했다.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2009년과 2010년 이라크전에서 정보 분석병으로 근무할 당시 미 정부 기밀문서를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기소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기밀문서 무단반출 혐의 등으로 최대 징역 20년형을 받을 수 있으며, 간첩 및 반역 혐의가 인정될 경우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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