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서정 기자] 보아의 고민이 이 정도로 깊을 줄 몰랐다. 솔로 여자가수로서 외롭고 인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지만 연기자로 데뷔하기까지 이리도 많은 고충을 겪었다는 건 일면 새로운 사실이었다.
보아는 지난 2일 방송된 SBS ‘땡큐’에 출연해 가수 활동 13년 만에 연기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게 요즘 아이돌은 가수로 데뷔 한 후 바로 연기를 시작하지만 이들과 달리 보아는 28살이 돼서야 처음 정극에 출연, KBS 2TV 파일럿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를 통해 연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
보아가 연기에 큰 관심이 없어 가수로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됐지만 아이돌로서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자로 데뷔를 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보아가 13년 동안 일궈낸 보아라는 브랜드가 연기자가 되는 데 방해가 됐던 것.
보아는 “보아라서 싫다고 했다. 그래서 작은 역할부터 찾았지만 나에게 작은 역을 주기가 부담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며 “가수니까 쉽게 연기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나는 역으로 보아라는 이유 때문에 안 된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털어놓았다.
보아라는 이유로 연기할 수 없다는 상황에 크게 좌절하기도 했다. 보아는 “연기를 못해서 캐스팅이 안 되는 거면 이해하겠는데 그냥 보아라서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많이 힘들고 슬펐다”며 “나는 보아인데 보아라서 안된다고 해서 내가 보아로 안살 수 없지 않냐. 오디션 기회조차 없었다”고 속상함을 내비쳤다.
그러나 결국 보아는 연기자 데뷔의 기회를 잡았다. 그렇다고 그 기회가 쉽게 온 것이 아니었다. 보아는 신인 연기자로서 오디션을 봤고 절실했던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다.
보아는 “신인연기자고 처음 하는 건데 사람들은 보아가 연기한다고 하면 가수 보아의 눈높이로 ‘쟤 얼마나 연기 잘하나’라는 시선이 있어서 두렵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수 보아의 모습만을 봤기 때문. 보아가 연기한다는 것이 상상이 잘 안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보아는 ‘땡큐’를 통해 연기자로 나서는 것에 대한 고민, 걱정을 진심으로 털어놨고 이는 대중이 보아의 마음을 공유하고 연기자 보아를 응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날 함께 출연한 보아의 절친인 배우 손현주는 ‘보아라는 이유로 연기를 못한다’는 고민에 “그럼 권보아라고 해라. 제일 좋은 건 권보아가 권보아를 믿고 가는 거다. 빨리 가려고 하지 말아라”라고 조언했다. 연기자로 새롭게 시작하는 보아가 손현주의 말처럼 마음가짐과 각오만큼은 ‘신인연기자 권보아’로 천천히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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