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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오이디푸스 신화를 뛰어넘은 '현대의 비극'

[기타] | 발행시간: 2013.09.02일 16:00
[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 1일 방송된 MBC <스캔들>의 한 장면

ⓒ MBC

'핏줄이 땡긴다'는 짧은 문장은 한국 드라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클리셰로 종종 등장했다. 어린 시절 헤어져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부모와 자식은 매번 핏줄이 땡기는 모습들을 보이곤 한다. 부모 자식이라는 걸 몰라도 서로를 안쓰러워하고 아껴주고 그리워함으로써 시청자의 동정심을 더하고, 혈연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들은 이를 뛰어넘는 경우를 종종 보여준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부모와 떨어진 자식이 '에미애비를 알아보지 못하'는 건 물론, 부모조차도 자신이 낳은 자식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등장하는 것이다.

KBS 2TV <최고다 이순신>의 미령(이미숙 분)은 처음 자기 자식 순신(아이유)을 알아보지 못한 채 갖은 악행을 저지르고, SBS <원더풀 마마>의 복희(배종옥 분)는 자기 자식을 알아보지 못한 채 자신의 의붓딸 영채(정유미 분)와 친자식 훈남(정겨운 분)을 결혼까지 시키려 했다. 물론 결국에는 둘 다 자기 자식임을 알고 피눈물을 쏟아 내지만, 이전과 다른 설정들은 한결 덜 두터워진 혈연주의와 개개인의 이익이 앞서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최고다 이순신>이나 <원더풀 마마> 정도면 약과다. MBC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아래 <스캔들>)에 이르면 아버지 장태하(박상민 분)는 스스로 총을 들어 자신의 친아들 하은중(김재원 분)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마지막 순간, 자신을 향해 총을 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임을 깨닫는 아들을 향해.

물론 우리 역사에는 영조·중종 등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희생했다는 혐의를 받는 권력자가 있다. 하지만 냉혹한 권력의 쟁투 현장에서 아들을 희생시킨 그들과는 달리, 장태하는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아들 바보'라 칭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그가 하은중에게 총을 겨누는 행위는 단순한 '살해'를 넘어선 징벌의 상징적 의미로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스캔들', 주말 드라마를 넘어 '이 시대의 오이디푸스 신화' 쓰는 중

▲ 1일 방송된 MBC <스캔들>의 한 장면

ⓒ MBC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의 슬픈 전설은 현대 심리학에서는 남성의 성장 과정으로 은유되곤 한다. 하지만 애초의 그리스 신화 내용에 좀 더 천착해 보면, 오이디푸스는 희생자다. 아비인 테베의 왕 라이오스가 '아들을 낳으면 그 아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란 신탁을 받고는 이를 피하기 위해 오이디푸스를 낳자마자 버렸기 때문이다. 아비를 살해하고 어미를 취한 죄는 오이디푸스의 몫이지만, 원죄를 따지자면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라이오스 때문이었다.

<스캔들>은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오이디푸스의 비극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어쩌면 라이오스는 그저 아들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자신을 죽인 사람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도, 그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와 천륜을 어기게 되리라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속 편하게 사라져버렸다. 죄는 자신이 짓고, 그 벌을 아들에게 떠넘기는 끔찍한 상황을 목도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태하건설을 일구기 위해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죽어가던 하명근(조재현 분)의 아들을 불도저로 밀어버린 장태하는 자신의 친아들을 죽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모자라 스스로 총을 들어 아들에게 겨누고 결국 방아쇠까지 당긴다.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목숨은 쉽게 생각하던 인물이자, 고아로 자라나 자신의 핏줄에 그 누구보다 집착한 장태하에게 있어서는 가장 처절한 응징이다.

나아가 이는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만들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피눈물'이라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교훈을 극대화하는 것이자, 그간의 드라마·영화에서 자신의 탐욕으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던 가진 자에게 돌아간 처벌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캔들>은 자식 세대에게 고통을 전가하지만, 오이디푸스의 수준까지는 밀어 넣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부도덕한 경지까지 이를 가능성이 있었던 장주하(김규리 분)와 하은중(김재원 분)의 계약 연애는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되었다. 친아버지인 줄도 모르고 장태하를 감옥에 보내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불타오르던 하은중의 시도는 오히려 그를 장태하의 제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예고편에서 나타났듯이 '자신의 동생과 연애를 할 뻔했다'는 트라우마는 장주하를 내내 괴롭힐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건, 장태하가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민 그 순간 장태하의 입을 통해 '지금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하은중의 눈빛이다.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위해 타인의 아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자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아버지, 그리고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자신을 지키려는 아버지, 장태하.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의 현대사를 거침없이 달려온, 그리고 그것을 수호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왜곡시킨 '자본'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스캔들>은 그저 한낱 주말 드라마를 넘어 이 시대의 신화를 그려내고 있는 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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