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1일, 하이닝시의 모 은행 CCTV에 포착된 천 씨의 강도 현장
아들의 치료비를 구하지 못하자, 은행강도로 돌변한 20대 농민공의 사연이 소개된 후, 중국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징바오(新京报), 저장성(浙江省) 지역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하이닝(海宁)의 모 은행을 털려다가 경찰에 붙잡혀 현재 구호소에 수감된 21세 농민공 천밍찬(陈明灿) 씨의 사연이 소개된 후, 지난 14일 오후까지 110만위안(1억9천5백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구이저우(贵州) 비제(毕节)의 산골에 거주하던 천 씨는 6년 전 부친을 따라 하이닝에 정착해 일을 시작했다. 생활은 힘들었지만 근근이 돈도 모았고 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결혼해 아들을 낳아 행복한 생활을 했다.
그런데 지난 5월초, 할머니가 사다준 앵두 하나가 천 씨의 삶을 바꿨다. 올해 2세인 아들이 앵두를 먹다가 씨앗이 목에 걸려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자, 가족은 급히 병원에 데려가 씨앗을 빼냈다. 그러나 숨을 오랫동안 제대로 쉬지 못해 아들의 뇌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치료를 받은지 열흘째 되는 날,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천 씨는 이 과정에서 열심히 모은 돈 4만위안(680만원)과 누나로부터 빌린 돈 1만위안(180만원)을 치료비로 모두 써 버렸다. 하루에 최소 700위안(12만4천원)씩 들어가는 치료비는 천 씨에게 있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었다.
더는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던 천 씨는 결국 지난 6월 11일, 은행을 털 것을 결심하고 하이닝 원쭝남로(文宗南路)에 위치한 은행에 들어갔다. 천 씨는 은행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등 뒤에 숨긴 과도와 스패너를 꺼내들고 "나는 강도"라며 돈을 내놓으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천 씨의 아들. 현재 자싱(嘉兴)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런데 천 씨가 사람을 해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아 보안요원과 주변인들이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자, 천 씨는 갑자기 탁자에 기대며 "돈이 필요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천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고 이 과정에서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빼앗아 아들 치료비로 쓰면 감옥에 들어가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들만 무사하길 바란다"고 진술했다.
천 씨의 이같은 사연은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사회 각계에서 온정의 손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천 씨의 부친 천원차이(陈文才) 씨는 "해외에서도 성금이 오는 등 지난 14일 오후까지 모인 성금이 110만위안을 넘는다"며 "생전 모르는 분들이 이렇게 돈을 보내줘 고마울 따름이다"고 눈물을 보였다.
신징바오는 "이번 사건은 농민공 가정의 연약함, 무력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온바오 강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