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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복에 구김 가면 ‘죽음’ … 깃발 운반할 때 흔들리면 영창감

[기타] | 발행시간: 2013.09.29일 04:06

2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의장대가 국군의 날 식전행사 때 선보일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지난 25일 오후 1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군장병 1만1000여 명의 경례와 함께 “충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병력들이다. 하지만 어떤 부대보다 주목받은 이들이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각 군의 의장대다. 총기 등을 이용한 동작을 통해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국군의날 행사기획단 조형식 대령은 “행사의 꽃은 의장대다. 의장대가 살아야 행사가 산다”고 말했다. 건군 65주년을 맞이한 국군의 얼굴, 의장대를 살펴봤다.

“바로.” 지휘관의 구령에 맞춰 의장대 160여 명이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 중간에 자리 잡았다. 축구장 10배 이상 크기의 활주로에 긴장감이 흘렀다. 짧은 침묵이 흐른 뒤 동작 시범이 이어졌다. M16A1 소총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일정한 높이에서 일정한 궤도로 재주를 부렸다. 실수도, 흐트러짐도 없었다. 의장대에 좀 더 다가가 봤다.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야, 빨라. 속도 좀 늦춰” 왼쪽에 서 있던 선임병의 지시가 떨어지자 “천천히 돌리시랍니다”는 지시가 총을 돌리는 와중에도 옆으로 전해졌다. 한여름, 피서지를 갔다 온 사람들처럼 얼굴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연신 땀이 흘렀지만 닦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동작 시범을 비롯한 모든 연습이 끝나는 2시간여 동안 조금의 허튼 움직임도 없었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꼼짝하지 않는 모습에 비장감마저 느껴졌다. 국방부 의장대 박외성 병장은 “작은 실수 하나에도 의장대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느낌이라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의장대는 흔히 ‘국군의 얼굴’이라고 불린다. 외국 국빈을 영접하는 의전행사와 국가 경축일 행사, 대민(對民) 축제 지원을 통해 군의 명예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의장대 내에서 회자되는 일화가 있다. ‘히틀러가 폴란드 의장대의 어수선한 모습을 보고 침공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그만큼 흐트러짐 없는 의장대의 모습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계급과 상관없이 모든 의장대원이 행사 시 병장 계급장을 달 수 있도록 허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장대가 국군의날 식전 행사에서 선보일 동작 시범은 약 15분 분량이다. 행사기획단 김정식 소령은 “9월 2일부터 일요일, 그리고 추석 당일만 제외하고 하루 7~8시간씩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해 해군의장대 성누가(21) 병장은 “땡볕에 활주로에 오래 서 있으면 현기증이 나 픽픽 쓰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완벽한 행사를 위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국군의 날을 앞둔 27일, 정식으로 행사복을 갖춰 입은 의장대가 예행연습 중이다. 김상선 기자

 행사가 주 임무인 의장대는 특이한 전통이 있다. 행사복과 깃발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우선 행사복 관리부터 엄격하다. 행사복은 보통 2인 1조로 정비한다. 한 명은 옷을 다리고 한 명은 옷이 구겨지지 않게 잡는다. 보통 선임이 다림질을 한다. 진해 해군 의장대 박규언(22) 병장은 “우스갯소리로 ‘주름에 손이 베일 때까지 다림질하라’고 말한다”며 “행사복의 청결함은 의장의 기본이다”고 말했다.

 이동할 때도 긴장의 연속이다. 행사복을 입은 채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땐 절대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 않고 앞 의자를 다소곳이 잡고 간다. 구김 방지를 위해 버스에 오른 뒤 무릎 춤까지 행사 바지를 내리고 벗은 채로 이동하기도 한다. 행사복을 운반할 땐 땅에 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엄지·검지 사이에 옷걸이의 목을 걸고 팔을 위로 곧게 편 상태에서 운반한다. 행사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품위 유지’를 위해 절대 뛰지 않는 것도 전통이다.

 깃발도 마찬가지다. 깃발은 종류에 따라 군부대나 지휘관을 상징한다. 깃발을 운반할 땐 어떤 일이 있어도 뛰거나 팔을 젓지 않는다. 깃발의 대가 흔들리거나 기가 땅에 끌리는 순간 그 부대, 혹은 장군을 모욕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깃발은 세탁하지 못하며, 더럽혀질 경우 새로 지급받는다. 진해 해군의장대 중대장 박대헌 원사는 “의장대는 군의 자신감을 대표하기 때문에 행사복과 깃발은 곧 군의 명예”라고 말했다.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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