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개장하는 광주시 새 야구장에 설치할 조각 작품으로 선정된 ‘광주사람들’(위)과 1997년 나온 일본 게임 캐릭터 ‘레기온’. 사람들이 뒤엉켜 공 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이 닯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광주시 새야구장에 설치될 조각 작품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시는 “내년에 개장하는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 설치될 조각 작품이 일본 게임 캐릭터와 닮았다는 의혹이 있어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심의키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공모를 거쳐 야구장에 설치할 조각 작품으로 지난 16일 배모씨가 출품한 ‘광주사람들’을 선정했다. 이 작품은 야구 글러브와 공을 형상화 하고 있다. 작품 중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공 모양으로 엉켜있는 사람들이었다. 조각가 배씨는 광주시에 “야구공은 광주사람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환호하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선작이 알려진 이후 이 같은 모양이 일본코나미사 1997년 제작한 게임 ‘악마성 드라큐라 X 월하의 야상곡’ 에 나온 몬스터 ‘레기온’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레기온도 많은 사람들이 공 모양으로 뭉쳐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시민들도 “공을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기괴하다. 야구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작품을 변경해줄 것을 시에 요청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광주시는 전국조각가협회와 광주시미술협회에 이 작품에 대한 표절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각가협회는 최근 “입장을 유보하며 심사위원들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광주미술협회는 “두 작품간 유사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통보해 왔다.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시는 이 작품에 대한 계약 절차를 중단하고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표절 여부를 다시 한 번 판단키로 했다. 박주옥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부장은 “선정된 작품은 22개의 출품작 중 7명의 심사위원들의 심의를 거쳐 결정됐으며 작가는 표절논란에 대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검증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받아본 뒤 후속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옛 무등경기장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야구장은 현재 공정률이 85%로 내년 시즌부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된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