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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칠정자촌은 웃었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0.11.16일 15:00
ㅡ성 홍수방지 선진개인 김응국을 만나

칠정자촌 수해가옥재건현장에서 로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김응국


이 겨울이 춥지 않은 사람이 있다. 수십년 직장에서 지도자의 신분으로 사업해온 사람이지만 역경을 이겨낸 땀방울의 진맛을 그 어느 실농군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7.28》특대홍수가 있은뒤 수해농촌마을복구에서 《죽음을 팽개치는 사나이(敢死队队长)》라 불리운 사람, 연변주직속기관에서 《수해가옥재건도급》임무가 락실되자 농군의 옷매무시로 행장을 둘러메고 홍수피해가 가장 렬악한 안도현 신합향 칠정자촌으로 달려간 연변주당위판공실 부주임 김응국. 단위지도부에서는 땅이 얼기전에 35호 수해가옥을 재건하는 간거한 임무를 그에게 맡겼다.

8월31일, 칠정자촌주둔사업소조 조장 김응국은 다섯명의 공직원과 함께 칠정자촌에 도착하였는데 생각보다 더 비참한 눈앞의 전경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80여호 농가중에서 몇채 안되는 벽돌집만 간신히 서있을뿐 흙무지로 변해버린 토담집들은 마치 열병으로 듬성듬성 머리빠진 아이같았다. 질퍽한 길 량켠에는 비닐박막을 두른 오두막이 비물에 젖은 병아리처럼 떨고있었다.

김응국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촌민들을 동원하여 회의를 소집하였다. 나라에서 무너지지 않은 집은 보수작업을 하고 무너진 집은 무상으로 지어준다는것, 겨울이 오기전에 35채 벽돌집을 완공하자면 시간이 긴박함으로 촌민들은 힘을 합쳐 집짓기에 총동원하자는것 등등 내용이였다.

그런데 나라에서 무상으로 집을 지어준다면 촌민들은 환성을 올릴거라 생각하였는데 의외로 반응은 덤덤하였다. 여러차례 동원하여도 온역병을 만난 난민처럼 슬슬 피하는것이였다. 질퍽한 골목길에 차량들이 들어설수 없어 여섯명이서 자갈을 펼때도 마을사람들은 아예 나와보지 않았고 몇몇 구경하러 온 젊은이들은 팔장을 끼고 강건너 불구경이였다.

그 순간, 김응국은 초라한 오두막앞에서 속수무책인 자신이 오두막보다 더 처절해 보였다. 대책없이 온 하루 설쳐대다보니 해가 서산에 기울어서야 아직 주숙할곳도 정하지 못했다는것을 알았다.

이대로 물러설수 없었다. 그 이튼날 김응국은 가가호호 찾아 다니며 촌민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그들의 고충도 들어보았다. 하루는 장할아버지네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였다. 밥상우에 풀채라곤 찾아볼수 없고 삶은 옥수수국수 몇그릇과 소금물에 절인 락화생 한접시뿐이였다. 《수해가옥재건도급》일선에서 수고한다며 직장에서 위문차로 보내온 육류며 싱싱한 채소를 먹는 자신과 비교하니 가슴이 뭉클하였다.

소금물에 퉁퉁 부은 밥상우의 락화생은 마치 생활난을 하소연하는 장할아버지의 눈물같았다. 김응국은 저가락으로 밥상우의 눈물을 한알한알 집으며 그들의 고충을 하나하나 새겨 듣는 한편 농민들이 가장 관심하고 있는 나라정책을 상세히 설명하고 새집구조설계에 대한 의견도 청취하였다.

그들과 속심을 나누면서 김응국은 비로소 촌민들의 심리를 알게 되였다. 첫째는 집을 무상으로 지어준다는데 반신반의였다. 둘째는 기본상 토담집이 무너지고 벽돌집은 무너지지 않았는데 그러고보니 집이 무너진 농민은 나라혜택을 받고 무너지지 않은 벽돌집주인은 나라혜택을 받지 못하는 격이 되였다.

혜택을 받는 촌민들은 무안하여 말이 없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촌민들은 심기가 불편하여 말이 없었던것이다. 이 상황을 파악한 김응국은 밤잠을 설치면서 촌의 젊은이들과 골간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 대한 사상공작부터 착수하였다.

《벽돌집은 당신들의 땀방울입니다. 그래서 하늘도 당신들의 부지런함에 머리를 숙인겁니다. 그러나 앞으로 벽돌집이 자연피해를 입지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부지런한 농민들이 재해를 입었다면 나라에서는 지금처럼 여전히 재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와 드릴겁니다. 당신들이 벽돌집에서 따뜻한 겨울을 지낼 때 오두막에서 추위에 떨고있는 로인들을 보면 당신들의 마음이 따스하겠습니까?》 가슴속에서 우러 나오는 김응국의 연설에 기울어졌던 촌민들의 마음은 천평처럼 조금씩 평형되여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김응국이 아침저녁으로 뛰여다닌 보람으로 홍수에 멍들었던 마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단시일 내에 35채 벽돌집을 짓는다는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였다.


칠정자촌에서 김응국이 겪은 고난의 행군을 땀방울로 표현할가, 눈물로 표현할가, 아니면 아름다운 단풍잎이라할가.

칠정자촌은 연길에서 200킬로메터 상거하였기에 연길시의 대부분 시공대는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 가서 작업하려 하지 않았다. 또 굴착기며 모래운반차량들도 리윤이 적다는 핑게로 전날 합동체결하고는 이튼날 취소하는 일들이 비일비재였다.

책상머리에 앉아 골펜으로 사업하던 김응국은 삽으로 기초돌로 흙으로 사업하자니 미궁속에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찾아헤매듯 도무지 서두가 잡히지 않았다. 추위는 발볌발볌 다가오고 재건호는 아직 집기초딱지도 떼지 못한 상황이였다. 그는 신발이 닳도록 하루에도 몇번씩 신합향과 안도현소재지의 유관부문을 찾아다니며 재건공사를 위한 건자재운수, 기계시설배치, 도로교통정리, 시공인원배치 등등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아갔다.

하루는 밤중에 오십대 농부녀가 찾아와 문을 쾅쾅 두드리는것이였다. 시공대에서 모래를 운반하면서 자기네 자류지밭 모서리까지 파갔다며 모래운반작업을 정지시키라는것이였다. 또 하루는 시공일군과 재건호 장선수할아버지사이에 언쟁이 발생했다. 창문이 너무 작다는것이였다.

골치거리 일들이 트럭채로 쏟아져도 촌민의 리익이 첫째이고 시공질량이 첫째이고 겨울이 오기전에 벽돌집을 완공하는것이 첫째라는것은 김응국의 시공 자대였다. 그어떤 난관에 부딪쳐도 그는 이 자대로 시공을 진척해 나아갔다.

김응국은 안도현정부와 신합향당위의 유관지도자들을 찾아가 반복적으로 상론하고 끈질기게 설명한 끝에 촌민들의 요구에 따라 원 조선족민속식 설계도를 수정하였고 창문의 원1.5×1.8규격을1.6×1.8로 개조하였다. 촌민들이 만족해하자 시공진척도 한결 빨라졌다. 그는 또 일군들을 동원하여 아주머니네 자류지밭 모서리를 흙으로 메워주었다.

칠정자촌주둔사업소조 일군들이 제일 힘든것은 샤와를 할수없는 일이였다. 억대사나이 다섯명이 8평방도 안되는 온돌방에 빼곡이 누우면 흑냄새, 땀냄새, 발냄새, 닭장냄새, 돼지우리냄새가 진동하였다. 몸을 한번 뒤척이는것이 한 차바구니 자갈을 부리우는것보다 더 힘들었다. 몸을 움직이면 고요하던 냄새가 몸에 칭칭 감기며 더더욱 진동하기 때문이다.

그럴때면 김응국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밤을 서성인다. 지금도 오두막에서 밤을 지새고 있을 피난호들을 생각하면 온돌에 누워있는것 조차 죄송스러워 차라리 그들과 함께 9월의 찬바람을 맞는것이 속이 더 편했던것이다. 그는 홍수가 인간에게 안겨준 재해를 고통으로 땀으로 고스란히 감내하였다. 그 고통으로 겨울을 버틸수 있는 벽돌집을 바꿀수 있다는 신념이 그의 뇌리에 꽉 차 있었던것이다. 찬바람을 맞다보면 밤새 마을에 쏟아진 별무리들이 그의 넓은 가슴에 한알한알의 모래알로 기초돌로 와 박힌다.

모질게 흘러간 시간뒤에 겨우 찾아온 아침.칠정자의 아침은 남다른 풍경이였다. 수탉이 홰를 치면 새날이 밝아오는 법인데 이 마을은 괴이하였다. 새벽3시쯤되면 웬 사나이(정신 질환자)가 골목길에서 노래가락을 뽑기 시작한다. 그 뒤를 이어 닭이 홰를 치고 오리들이 꽥꽥 거리고 또 그 뒤를 이어 온 동네 개들이 왕왕 짖어댄다. 화음도 맞지않는 《동물오케스트라연주》가 시작되면 그제서야 아침이 밝아온다.

몇분만이라도 더 자고 싶어도 하는수 없었다. 김응국도 《동물오케스트라연주》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마을을 한바퀴 돌고 공사장을 둘러보는것으로 새아침을 맞는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김응국의 속은 시커멓게 타든다. 이러다 집 35채는 커녕 한채도 짓지 못하는게 아닌가. 채찍으로 땅을 그어 비를 멎게 한 주몽으로 변신못하는것이 한스러웠다.

어떤 날에는 기초돌보다 더 많은 골치거리들, 산보다 더 무거운 압력들이 두어깨를 지지눌러 막연하게 하늘만 쳐다볼 때도 있었다. 도급맡은 사장이 아래 시공대에 자금을 제때에 지불하지 않아 공정이 정지되여 속이 재가 되던 일, 로동자들에게 로임을 제때에 발급하지 않아 파업하던 일, 시공대에서 성본가를 낮추기 위해 파가호에서 헐값으로 사들인 쇠사슬 때문에 입씨름을 하던 일, 촌민들과 친숙해지기 위하여 산동지방방언을 배우던 일, 주인집 개가 홍수때문에 네마리 새끼를 모두 잃은 일…

김응국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하나하나의 일들은 하늘이 인간에게 준 하나하나의 징벌이라고 생각하였다. 홍수를 다스리는 자만이 진정한 왕이라는 말이 있다. 그는 《왕》이 되기 위하여 자연이 내린 징벌앞에서 끝까지 산처럼 버티였다.

주당위판공실 책임자들과 동료들이 칠정자촌을 찾았다.


지난 《9.3》휴일에 직장동료들은 김응국을 위문하였다. 돌아서는 그들을 배웅하는 사나이 눈에서 뜨거운것이 반짝이였다. 그 뜨거운 빛은 차에 오르는 동료들의 발목에 감겨 소리없이 울었다. 털이 부수수한 짐승같은 홍수가 또다시 마을을 삼킬가봐 울었다. 벌써 무서리가 내렸는데 땅이 얼기전에 집이 완공되지 못할가봐 울었다. 허리불편한 장할아버지가 이겨울 오두막에서 추울가봐 울었다. 김응국과 칠정자촌민들은 인젠 서로가 서로에게 깊이 들어가버렸던것이다.

만물이 옷을 벗고 원초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는 인욕의 계절, 김응국은 지금 그림같이 완공된 35채 가옥을 바라보며 한채한채에 스며든 지난 일들을 련상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날 하나하나의 고통들은 한장한장의 벽돌이였고 수백만 땀방울이였고 그날밤 마을언덕에 내리던 수천억의 별빛이였다. 그 별빛들이 이 가을 곱게 물든 단풍과 잘 반죽되여 금빛열쇠를 빚은것이리라! 그제날 그렇게 시끄럽게 들리던 《동물오케스트라연주》는 어찌보면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이 마을 농부들의 삶을 연주하는 운명의 교향곡일지도 모른다.

길림성당위 상무위원, 연변주당위 서기 등개 등 책임자들이 칠정자촌 수해가옥재건현장을 시찰하였다.


기한일보다 20일을 앞당겨 짧디짧은 40일만에 35채 벽돌집이 전부 완공되던 10월 10일! 새집열쇠가 김응국의 손에서 장선수할아버지의 손으로 넘겨지는 시간은 눈으로 보기에는 불과 2-3초였지만 김응국에게 있어서 장장 960이란 긴긴 시간이 걸렸다.

960시간! 주몽이 줄을 꼬아 홍수에 뛰여들어 물에 빠진 백성들이 다 그줄을 잡고 살아났듯이 칠정자촌은 그가 지은 줄줄의 새집들을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35채 벽돌집은 칠정자촌민들이 세세대대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삶의 궁전으로 변하였다. 35채 벽돌집은 이 마을 농민들의 귀감이요, 그 무엇보다 따뜻한 감성을 지닌, 그래서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언제나 기다려지는 지음이 될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 김응국의 머리결은 조금씩 빛이 바래질테지만 벽돌 한장 두장 쌓을 때마다 또박또박 새겨넣은 공산당원 김응국의 삶의 흔적들은 아름다움으로 영원할것이다.

김응국에게 있어서 앞으로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의 진맛은 무엇일가? 그는 홍수에 젖어 울고있던 마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것이다!

/글 사진 심예란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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