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한국 스마트폰 ◆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한국 기업 지사에서 일하는 장궈마오 씨(31)는 얼마 전 '샤오미(小米)'가 내놓은 최신 스마트폰을 써보고 깜짝 놀랐다.
주로 쓰던 삼성 스마트폰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했다. 샤오미는 애플의 아이폰과 비슷한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의 신예 스마트폰 업체다. 장씨는 "하드웨어 마감이나 일부 사용자 환경에서 미세하게 뒤처지는 것을 빼면 탁월한 성능을 보여줬다"며 "품질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했다.
싸구려 저가폰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 스마트폰이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이며 삼성ㆍ애플 등 메이저 플레이어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는 중국 업체를 놓고 '저가폰의 공습'으로 폄하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잇달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붙인 프리미엄폰을 쏟아내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중국 업체 '비보(VIVO)'는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 처음으로 QHD(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Xpay3S'를 연내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갤럭시노트3나 아이폰5S 수준을 크게 뛰어넘은 2560×1440 해상도를 지원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업체는 지난 9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인 'X3'를 내놔 주목을 끌기도 했다. 가장 두꺼운 부분이 5.6㎜에 불과한 초박형 제품이다.
이전까지 가장 얇은 스마트폰은 중국 업체 화웨이의 '어센드 P6(6.18㎜)'였다. 중국이 초박형 스마트폰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중국 메이주(Meizu)가 내놓은 스마트폰 'MX3'도 같은 맥락이다. 메이주는 세계 최초로 128GB(기가바이트) 저장공간을 탑재한 대용량 스마트폰을 내놨다.
삼성이 국내에 내놓은 갤럭시노트3 저장용량은 32GB에 불과하다. 'MX3'가 세계 최초로 디스플레이 비율을 15대9로 책정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세계 시장 트렌드인 16대9에서 벗어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애플ㆍ삼성 카피캣(따라쟁이)으로 시작한 중국 업체가 독자적인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중국 오포(OPPO)가 지난 9월 선보인 5.9인치 패블릿 'N1'도 마찬가지다. 기기 상단에 달린 1300만화소 카메라가 206도 회전반경을 자랑하며 앞뒤로 움직인다. 안드로이드폰 최초로 6조각 렌즈를 써 카메라 성능을 극대화했다. 두께도 9㎜로 갤럭시노트3(8.3㎜)와 별 차이가 없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점유율이 올라왔다. 3분기 기준 톱10 스마트폰 업체 중 중국 업체가 4곳(화웨이ㆍ레노버ㆍ쿨패드ㆍZTE)이나 된다. 4곳 업체를 합치면 글로벌 점유율이 20%에 육박한다.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인 중국 텃밭을 배경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는 구조다. 중국 내수시장 톱10 스마트폰 업체 중 2곳(삼성ㆍ애플)을 제외하면 전부 중국 업체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다진 체력에다 새롭게 선보인 '프리미엄'을 무기로 내년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막대한 개발비를 쓰고 있다. 김학수 한국화웨이 전무는 "매년 매출의 10~1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을 대폭 끌어올린 중국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쏟아지면 삼성ㆍ애플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오포의 프리미엄폰 'N1', 메이주의 'MX3' 등은 가격이 40만~60만원대로 갤럭시노트3ㆍ아이폰5S 반값에 불과하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이라는 무기로 빠르게 시장에 파고들고 있어 프리미엄 시장을 독식했던 삼성ㆍ애플이 예전 같은 지배력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