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빠의 자녀 출산 및 육아 휴가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2002년에 처음으로 신생아의 엄마 뿐 아니라 아빠에게도 동일하게 6주일 동안의 유급 휴가를 주는 제도가 도입됐다. 그 이후 뉴저지, 로드아일랜드주는 아빠의 출산 및 육아 유급 휴가 기간이 각각 12주와 13주가 되도록 법으로 보장했다. 보스턴 칼리지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포춘 500대 기업의 대부분이 아빠의 출산 및 육아 휴가를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첨단 정보 통신 기업이 상대적으로 남성의 출산 및 육아 휴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야후, 레딧은 남성에게 17주의 유급 육아 휴가를 주고 있고, 구글도 7주를 주고 있다고 시사 월간지 애틀란틱이 25일 (현지 시간) 인터넷 판으로 보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들도 자녀가 태어나면 육아 휴가를 갈 수 있도록 보장받고 있다. 남성의 육아 휴가 제도가 정착되면 그 수혜자는 그 남성이나 신생아가 아니라 여성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전문직 여성 등이 출산 이후에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았으나 남성이 육아 휴가를 보장받으면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부부가 함께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출산 휴가는 19세기에 유럽 국가에서 시작됐고, 그 기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스웨덴과 독일은 1년 이상의 여성 출산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출산 및 육아 휴가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역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은 일자리를 장기간 떠나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성 고용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남성에 대한 자녀 및 육아 출산 휴가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남성이 출산 및 육아 휴가 기간을 법적으로 보장된 기간보다 적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스턴칼리지 조사에서 포춘 500대 기업의 남성 직원이 대체로 2주 미만의 출산 및 육아 휴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휴가를 활용하는 남성의 숫자와 그 기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