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망증이 심해진 주부 정혜경(가명·57)씨. 자주 쓰던 물건을 찾아 온 집안을 뒤집고, 스마트폰을 찾느라 외출 시간을 놓친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왜 약속시간이 다됐는데 오지 않느냐’는 전화를 받는 일도 있다. 친구의 권유로 치매검사를 받은 결과, 치매 발병 가능성이 있는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았다. 젊은 치매가 늘고 있다. 문제는 치매도 조기 관리하면 극복하거나 지연할 수 있지만 대부분 방치한다는 사실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이학영 교수는 “노년기보다 일찍 시작되는 초로기 치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언어능력 등이 감소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병 20년 전부터 치매 유발물질 쌓여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건망증이다. 힌트를 주면 다시 기억해 낸다. 반면에 치매환자는 암시를 해도 전혀 되살리지 못한다.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죽어 아예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는 거절하기 힘든 예약 손님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기억장애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어눌해지고 판단능력이 떨어진다. 치매는 이 단계에서 예방에 들어가야 한다. 진행 속도를 늦춰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이 교수는 “한번 망가진 뇌세포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며 “부끄럽다고 숨길수록 치매에 대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무려 25년 전부터 발병 징조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8년 국제치매연구조직인 다이안(DIAN)은 미국·영국·호주의 가족성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치매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이미 증상 발현 25년 전부터 뇌척수액에 변화가 나타났다. 예컨대 75세에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면 50대 초·중반부터 ‘치매의 싹’이 자라고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예외 없는 치매 막으려면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선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시기부터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뇌 건강에 유익한 영양성분을 섭취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10배 높다. 서울대 약학과 성상현 교수는 “이 시기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5년 후 50%가 치매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건망증이 심해지고 치매가 걱정된다면 포스파티딜세린(PS)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PS를 꾸준히 복용하면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승인했다. 미식품의약국(FDA)도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성 교수는 “PS는 뇌세포가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해 치매 진행을 막는다”고 말했다. PS는 뇌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 몸 속에서 뇌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매개체인 수상돌기 밀도를 높여준다.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를 직접 없애지는 않지만 뇌세포 활성을 도와 간접적으로 치매를 예방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몸 속에서 충분히 합성되지 않아 식품 등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2007년 미국신경학회지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평균 60.5세 치매환자 50명에게 매일 300㎎의 PS를 2년간 투여한 결과, 평균 기억력은 13.9년, 학습 능력은 11.6년, 전날 본 사람을 인지하는 능력은 7.4년 젊어졌다. 미국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PS가 치매 예방 성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대 수의과학연구소 김지영 연구교수는 “콩·당근·쌀·우유·감자 같은 식품에 PS가 들어 있다”며 “인지기능을 높이려면 하루 PS 300㎎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식품 속에는 PS가 극소량 들어 있어 하루 권장 섭취량을 식품으로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콩으로 PS 300㎎를 섭취하려면 하루에 28㎏를 먹어야 한다. 이럴 땐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효율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대안이다.
권선미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