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윤창호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부교수][[윤창호의 잘자고 잘살기]]
봄이다. 피하기 어려운 한낮의 졸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수면과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같은 흔한 수면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히 자는 것이다.
하지만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당위성은 현실과 거리가 많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 비해 언제나 부족한 건 시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잠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더라도 본인 의지대로 잠을 줄여 뭔가를 이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중요한 연구 결과 하나를 소개 한다. 정상 성인을 3그룹으로 나눠 각각 하루 4시간, 6시간, 8시간씩 자게 하면서, 14일 동안 매일 낮에 각성집중력 변화를 측정한 연구다.
8시간 잔 그룹에 비해 짧게 자는 경우 실수가 유의하게 많았고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매일 6시간씩 일주일 잠을 자면 실수 빈도가 5배 이상 증가했고, 4시간만 자는 경우에는 거의 10배 이상 증가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젊으면 젊을수록 수면부족에 의한 각성 집중도 저하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동일한 수면 부족 상태에서 20대 청년의 각성집중도는 노인에 비해 3배 이상 나빠지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삶을 열정으로 채우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열정에 '잠은 충분히 자되 깨어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지략'을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그럼 과연 사람에게 적당한 수면 시간은 얼마인가? 수면시간과 낮 동안 집중력, 혈압, 혈당, 심혈관 상태, 사망률에 대한 많은 연구를 근거로, 하루 7시간 수면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키가 크고 작은 사람이 있듯이 이상적 수면양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 간 차는 아래 그림에서도 잘 나타난다. 4시간 수면그룹(빨간 곡선)을 보면, 곡선 위 점마다 길이가 다른 막대가 그려져 있다. 점은 4시간 그룹의 평균값을, 막대는 4시간씩 잔 사람들 개개인 점수의 분포 정도를 표시한다. 막대가 길면 길수록 개인차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일 째, 4시간 수면그룹의 평균실수증가는 1100%이지만, 어떤 사람에서는 500%, 다른 사람에선 1500% 증가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듯 수면특성에는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본인에게 적절한 수면 시간을 찾는 손쉬운 방법은, 주중 수면시간과 휴일 수면시간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만약 주중에 비해 휴일에 2시간 이상 잠을 잔다면, 평일 수면부족을 시사한다.
이 경우에는 주중 수면 시간을 1시간 정도 아니면 30분이라도 늘려보기 바란다. 이렇게 주중 수면시간을 변화시키다가 주중 수면시간과 휴일 시간이 같아지면, 그 수면 시간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