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입농산물 불법거래 보따리상 기승 전북 군산항
여전히 제재없이 거래 버젓이
중국인·조선족 상인 대부분…일반 관광객들도 가담 의심
주차장은 탈법 거래의 온상
7일 전북 군산시 군산국제여객터미널 출구 앞에서 보따리상들이 들여온 보따리 농산물을 중간수집상들에게 넘기고 있다.
11호 태풍 ‘할롱’이 북상하면서 아침부터 비가 내린 7일 전북 군산국제여객터미널. 10시30분이 되자 중국 산둥성 스다오(石島)항에서 출발한 여행객들이 하나 둘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잠시 후 건장한 체격의 중년 사내 앞으로 일반관광객이 아닌 듯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러자 중년 남자와 멀찍이 떨어져 서성대던 남자 네댓명이 긴장된 눈빛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중년 남자는 메모판을 들고 일일이 보따리를 확인하고는 돈을 건넸다.
이른바 보따리상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었고, 중국말과 우리말을 섞어 쓰는 조선족들도 눈에 띄었다. 보따리상들은 카트에다 가벼운 가방 하나에 흰 마대 포대를 서너개씩 싣고 나와 한눈에도 보따리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군산항에서는 지난 평택항과 인천항에서 볼 수 없었던 일반관광객도 보따리 농산물로 보이는 마대를 한두개씩 가지고 입국, 일반관광객이 다이공(帶工)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같은 시각 여객터미널 밖에서는 보따리상을 기다리는 수집상 대여섯명이 서성거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보따리상들이 쏟아져 나오자 흰 면장갑을 낀 40대 초반의 남자가 카트에 흰 마대 포대를 싣고 오는 보따리상들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량으로 안내했다. 한 젊은 여성이 정반대 방향으로 가자 흰 장갑을 낀 남자가 급히 쫓아가서는 직접 카트를 끌고 대기 중인 승합차량으로 데려 오기도 했다.
삽시간에 주차장은 카트를 끌고 나오는 보따리상과 보따리 농산물을 넘긴 빈 카트를 다시 터미널 안으로 끌고 가는 사람들로 뒤섞였다. 주차장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를 발견한 50대 후반의 중간 수집상은 “왜 사진을 찍느냐”고 큰소리를 지르며 금세 달려올 듯 위협했다. 때마침 제복을 입은 군산항 관계자가 지나갔지만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그냥 스쳐갔다.
이날 태풍 예보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농산물을 담은 흰 마대 포대를 끌고 입국한 보따리상은 어림잡아도 80여명은 넘어 보였다.
잠시 후 국제터미널과 연안터미널 사이에는 일반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빠져나가자 중간 수집상들이 타고 온 승합차량 30여대로 꽉 들어찼다. 일반인들의 주차금지 구역을 이들 승합차량이 아무런 제지 없이 차지하고 있었다. 승합차에 실린 흰 마대 포대는 한개가 20~30㎏가량 됨직했고, 그 속에는 보따리가 2개씩 든 것도 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마대 포대에서 건고추 두 보따리를 빼내 차에 싣고는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조선족으로 보이는 한 부부는 흰 마대 포대를 승합차량에 건네주고는 승합차를 끌고온 수집상으로 보이는 한 여성과 한참 얘기를 주고받더니 택시승강장으로 발걸음을 총총히 옮겼다.
군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입국 손님을 실어나르는 한 택시 기사는 “예전처럼 보따리상이 가져온 중국산 농산물을 싣던 대형탑차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한번 배가 들어올 때마다 꽤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것으로 볼 때 상당한 양의 농산물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다”며 “누가 봐도 보따리상이고 수집상들의 보따리 농산물 수집행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월4일 경기 평택항, 5월13일 인천항에 이어 이번 군산항까지 서해안 주요 항만에서는 지난 반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따리상의 치외법권적 중국산 보따리 농산물 밀반입 행위는 여전히 진행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