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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축의금 봉투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8.19일 10:53
(할빈) 박일

  딸애가 대학에 붙었다.

  날것처럼 기분이 좋은 나와 마누라는 '한집식구'에 친구며 동료며 고향사람들이며 두루두루 해서 10여상 청했다. '한집식구'라 하면 이 현에서는 꽤나 이름있는 음식점이다.

  초청을 받고 오는 하객들은 나의 상의 호주머니와 마누라가 들고 있는 핸드빽에 축의금 봉투를 부지런히 밀어 넣었다. 요즈음은 축의금을 전문 받는 사람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바람이 불어 나도 어느 결혼집이나 환갑집에 가면 주인의 호주머니에 내 이름을 적은 축의금 봉투를 넣어주군 했었다.

  그렇게 딸애 이름을 건 축하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나는 호주머니에서, 마누라는 핸드빽에서 축의금 봉투를 한구들 털어 놓았다.

  김동호부부 300원... 최문수 200원...

  봉투를 하나하나 털며 한사람은 부르고 한사람은 적고 있는데 불현듯 이름자도 없고 돈 액수도 안적힌 흰 봉투가 하나 나왔다.

  "당신 혹시 이 봉투를 누가 주었는지 기억이 나? 나는 받은 기억이 없거든..."

  "나도 모르데요...아 정말 '한집식구'복무원이 문밖에서 누가 주더라며 나한테 축의금봉투 하나를 가져다 준적 있어요."

  흰 봉투는 신기하게도 밥알로 봉투아구리를 꽁꽁 붙여놓았다. 돈이 새여 나오지 말라고 그런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가위로 조심스레 봉투 끝자락을 베였다. 봉투안에서 반짝반짝한 백원짜리 새돈 한 장이 나왔다. 그런데 그 속에서는 돈과 같이 메모지도 한장 묻어나왔다.

  "세이 써우 쩌거 챈, 세이 쓰 따 화이 딴"(누가 이 돈을 받으면 그 사람은 나쁜 놈)"

  글을 보는 순간, 나도 마누라도 눈까풀이 뒤집힐 지경으로 깜짝 놀랐다.

  글자아래에는 핸드폰번호도 적혀있었다.

  '누가 이런 글을 썼을가?'

  우리 둘은 머리를 맞대고 핸드폰번호를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너무나 생소한 번호였다.

  요즘 세월엔 버는 로임에 비해 축의금이 너무 많은건 사실이여서 나도 늘 볼멘 소리를 하면서도 체면을 세우려고 울며 겨자먹기로 남들이 얼마 내면 나도 그만큼 내려고 무등 애를 써오는 판인데 도대체 어떤 사람한테 내가 죄를 지었단 말인가?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적혀있는 번호대로 꾹꾹 눌렀다.

  어떤 젊은 남성이 한족말로 전화를 받았다.

  "당신이 누구요?"

  "당신은 누구요?"

  "나는 딸애가 대학에 붙어 오늘 '한집식구'에 축하연을 차렸던 사람이요."

  "아 그럼 아저씨 애명이 쑈우입니까?!"

  "쑈우는 무슨 떡대갈 같은 쑈우야, 내 이름은 김영철이네."

  "아저씨, 그렇게 화내지 말고 저한테 오세요. 제가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주리다."

  젊은이의 태도는 무척 상냥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영화관 뒤골목에서 식품가게를 차린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마누라도 함께 따라나서는걸 뿌리치고 혼자서 젊은이가 알려주는 주소대로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가 서른살쯤 되여 보이는 성이 류가라는 젊은이가 가게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이는 나를 데리고 그곳에서 사거리를 지나 곧바로 백화상점쪽으로 가는것이였다. 백화상점 한 옆에는 세워놓은 자전거들이 비를 맞지 말라 하늘만 가리운 곳이 있었다. 바로 그곳에 옷차림이 람루한 웬 할머니가 한창 주어온 종이상자를 포개서 끈으로 묶고 있었다.

  "아저씨, 저 할머니를 아시죠?"

  "난 모르는데?..."

  "곁에 가서 좀 찬찬히 보세요."

  "아무리 찬찬히 봐도 전혀 면목없는데..."

  "그럼 아저씨 애명이 쑈우가 아닌가요?"

  "이 사람 아까부터 왜 자꾸 허튼 소릴 하나, 쑈우가 아니라 쑈얼, 쑈싼도 난 모른다니까."

  "허, 그럼 이게 어찌된 일이지..."

  저으기 이상해서 황소눈이 된 젊은이는 더수기를 벅벅 긁으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거리에서 페품을 줏는 할머니는 성이 맹씨인데 몇해전에 교통사고로 아들 며느리에 손자까지 한가정을 몽땅 잃은 불쌍하기 그지없는 로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할머니는 젊은이네 가게를 찾아와서 때자국이 묻은 올망졸망한 십원짜리 돈을 한줌 꺼내놓으며 백원짜리 새돈 한장하고 바꿔달라고 했다. 젊은이가 새 돈을 바꿔서 뭘 하려는가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아들 친구 쑈우네 아이가 대학에 붙어 축의금을 주려고 그런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찡 저려났다. 그래서 그 쑈우라는 사람한테 할머니를 알려주려고 자극적인 말로 메모지를 만들어 100원짜리 돈과 함께 봉투에 넣었다는것이다.

  듣고 보니 그 축의금 봉투는 주인을 잘못 찾은것이 분명했다. 확실히 '한집식구'에서는 내가 연회를 차릴때 또 한집에서도 아들이 대학에 붙어 축하연을 차렸었다. 그 집에는 나보다 손님도 더 많이 온것 같았다.

  그렇다면 애명이 쑈우라는 진짜 주인을 찾아서 불쌍한 할머니가 잘못 주고간 축의금 봉투를 제대로 건네 줘야했다. 나는 집으로 오던 걸음에 다시 '한집식구'를 찾아갔다.

  반갑게도 '한집식구'에서는 나와 함께 축하연을 차린 그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의 성은 왕씨인데 이곳에서 건축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이름있는 기업가라고 했다.

  이튿날 나는 맹할머니가 잘못 주고 간 축의금 봉투를 들고 식품가게를 꾸리는 젊은 류씨와 함께 건축회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애명이 쑈우라는 그 기업가는 마누라와 대학에 붙은 아들을 데리고 외국 유람을 떠나 회사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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