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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 "우리에겐 추석이 없다. 매년 그럴 것…"

[기타] | 발행시간: 2014.09.06일 06:03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 농성장에서 고(故) 권순범군의 어머니 최지영씨가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다. 2014.09.05. jhkang@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우리에게는 추석이 없어요. 앞으로 매년 그렇겠죠. 명절 때마다 아이들이 생각날 텐데…."

지난 4일 오후 8시께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故) 이창현군의 아버지 이남석씨와 故 권순범군의 어머니 최지영씨, 故 박예지양의 어머니 엄지영씨는 농성장 천막 아래 모여 앉아 노란색 리본을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42일, 청와대 앞 농성 14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제대로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가족들의 피부는 까맣게 탔다. 계속해서 눈물을 닦느라 눈가도 거뭇거뭇해졌다. 순범 엄마는 노란색 천으로 만든 통통한 리본 팔찌를 오른쪽 팔목에 찼다.

추석을 나흘 앞둔 이날 청와대 앞 농성장에는 송편과 전이 전달됐다. 시민들이 각지에서 보낸 음식들이었다. 일회용 접시에 가지런히 담은 전을 바라보며 예지 엄마가 입을 열었다.

"우리 예지가 명태전을 참 좋아했는데…. 추석 때마다 굽는 조기도 다 우리 예지 몫이었어요."

예지 엄마는 큰딸의 예전 모습을 회고하며 얘기를 이어갔다.

"예지가 음식을 참 잘했어요. 엄마가 일하느라 바쁘니까 초등학교 5학년짜리 동생 밥도 챙겨주고. 뭐 먹었는지 사진 찍어서 '엄마~ 이거 해 먹었어요', '엄마~ 설거지 다 해놨어요'라고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가끔 일어나 옆자리로 이동하던 가족들은 제대로 걷지 못했다. 이틀 전 4시간 16분 동안 삼보일배를 한 여파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날 시민 100여명과 함께 "진상규명", "안전사회"라는 구호를 외치며 삼보일배를 했지만 200m도 가지 못하고 가로막혔다.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 농성장에 매달린 풍선에 바람이 모두 빠졌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 발생 142일, 국회본청 앞 농성 55일, 광화문 광장 농성 53일, 청와대 앞 농성 14일째 되는 날이다. 2014.09.05. jhkang@newsis.com

가족들은 청운동사무소 앞 농성장에서 앉고 일어설 때 서로의 팔을 잡으며 부축했다. 한 가족은 "삼보일배를 한 뒤로 엄마들이 다 저렇다"고 귀띔했다. 앉아 있는 동안에는 다리를 주물렀다. 한 아버지는 휴대전화 DMB로 저녁 뉴스를 봤다.

세월호를 인양한다는 소식이 가족들 사이에 퍼지자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예지 엄마는 먼저 "진도에 있는 가족이 동의를 했대?"라고 물었다. 창현 아빠는 몇몇 사람들에게 연락한 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같은 자리에서 故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 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사진첩 이름은 '사랑해 성호'였다.

성호 엄마는 "성호는 누나가 2명, 남동생이 1명 있다"며 "4형제 중 엄마가 해 준 음식을 가장 잘 먹은 아이는 성호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제대로 음식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호는 고기, 과일 가릴 것 없이 모두 좋아했고 추석 음식도 잘 먹었다"며 "성호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저랑 보나(첫째 딸)를 보면 성호가 생각난다며 너무 힘들어하신다. 이번 추석에는 둘째 예나와 넷째 성은이만 할머니 댁에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9시20분께 일부 가족은 진도로 가는 버스를 타고 삼삼오오 이동했다. 남은 가족들은 청와대 앞 농성장을 지켰다.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연휴도 없었다. 가족들은 정치권과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 세간에 퍼진 오해가 바로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광화문과 청와대 앞 농성장 등을 번갈아가며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가족들이 겉으로는 얘기하고 웃기도 하지만 속으로는 우울하고 착잡하다"며 "지금 가족들이 청운동과 광화문, 국회 앞에 나뉘어 있는데 3곳을 다니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특별법 제정은 새누리당이 열쇠를 쥐고 있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에 관한 것을 막는 이유는 자신들이 당할까 봐서라고 생각한다. 떳떳하면 왜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서명지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를 향해 삼보일배하고 있다. 2014.09.02. go2@newsis.com

이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날치기로 (법안이 통과) 되면 몇 사람 죽는 꼴을 봐야지…"라며 "나중에 세월호 참사 박물관 같은 것을 만들 때 정치권과 정부의 행태를 꼭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덧붙였다.

성호 엄마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유가족에게 부여되는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성호 엄마는 "유가족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가족이 직접 행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상조사위원 중 10년 이상 법조계 경력을 지닌 판·검사에게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면담했던 새누리당 의원조차도 특검이 제대로 진실을 밝혀낸 사례를 언급하지 못했다"며 "특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성호 엄마는 삼보일배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한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들이 세월호 나가려고 애를 썼지만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나갈 수 없었잖아요. 우리한테도 가만히 있으라고 누르고 있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우리랑 시민이 무슨 죄가 있고 경찰은 또 무슨 죄가 있나요. 죄 없는 사람들끼리 마주 보게 만들고…."

한편 세월호 가족들은 추석 당일인 8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합동 기림상을 차릴 예정이다. 이후 추모공원 등 각자 아이들이 있는 곳을 방문할 계획이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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