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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외국인 연예인 활용공식은 가라

[기타] | 발행시간: 2014.09.27일 11:35
[한겨레] [토요판] 안인용의 미래TV전략실

학교 리얼리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지금의 티브이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미션’이나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람들을 최대한 낯선 환경에 밀어넣어 그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정글부터 군대, 낯선 여행지까지 수많은 예외적인 공간과 돌발적인 상황에 아이돌 멤버, 가수, 배우, 유명인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투입되고 그들 각자의 ‘적응기’가 쓰인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하나의 법칙이 생겼다. 이름하여 ‘캐릭터 구성의 법칙’이다. 대부분의 실험실은 출연진을 비슷한 구성으로 짜고, 출연자들은 주어진 혹은 기대되는 캐릭터에 최선을 다한다. 망가질 예정인 모범생 스타일 아나운서, 웃음과 약간의 비호감을 담당하는 개그맨, 외모에 능력까지 겸비한 배우나 모델, 예쁨과 귀여움을 담당할 아이돌그룹 멤버, 그리고 최근에 뜨고 있는 캐릭터가 있으니, 외국인 혹은 동포 연예인이다.

외국인 혹은 동포 연예인은 주로 한국 문화를 알지 못해 예측 불허의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역할을 도맡는다. 한국어를 잘 몰라 동문서답을 하기도 하고, 위계질서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윗사람의 어이를 상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캐릭터는 군대나 학교, 직장 등 지극히 한국적인 환경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투입될 때 빛을 발한다. 문화방송의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군대에 다녀온 샘 해밍턴과 헨리, 지나가 그랬고, 티브이엔(tvN)의 직장 리얼리티 <오늘부터 출근>에서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오디’의 박준형이 그렇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제이티비시(JTBC)의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에네스와 줄리안이 학교 리얼리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잘 알려진 외국인 혹은 동포 출연자들을 제치고 최근에 단연 눈에 띄는 한 명이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하는 힙합그룹 엠아이비(M.I.B)의 멤버 강남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과 하와이에서 자라났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외계인’에 가까운 ‘외국인’의 역할에 딱이다. 금발 머리를 한 강남은 모두에게 반말로 인사를 건네며 상대를 무장해제 하게 만드는 궁극의 친화력을 선보인다. 여기까지는 여타 외국인 출연자의 역할과 다르지 않다. 그런 그가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그가 역할이나 캐릭터가 아닌 그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진 한 순간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대부분 같은 반 친구들에게 매점에서 한턱내는 방식으로 친목을 다졌다. 각자 사정은 달라도 세상에 알려진 연예인으로서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 학생들에게 환심을 사는 가장 좋고 빠른 방법은 ‘한턱’이다. 그런데 강남은 그렇지 않았다. 관찰 카메라에 담긴 강남은 늘 혼자 스르륵 매점으로 사라졌고 자기 먹을 것만 사 들고 교실로 돌아왔다. 그 상황을 이상하게 여긴 제작진이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강남은 속삭이듯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한 달에 10만원을 벌어. 살게요, 살게요. 근데 그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 한 달에 10만원 번다는 거.” 인터뷰 이후에도 강남은 늘 그랬든 혼자 매점을 찾았다. 그런데 그가 교실로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에는 두 개의 우유가 들려 있었고, 그중 한 개를 짝꿍에게 건넸다. 아직 뜨지 못해 벌이가 변변치 않다는 그의 현실을 담담히 얘기하는 모습과 그래도 뭔가 먹고 싶어 매점을 찾지만 한턱을 쏠 ‘총알’이 없어 혼자 매점에 가는 모습, 그래도 인터뷰 이후 뭔가 마음에 걸렸는지 우유 하나를 짝꿍에게 내미는 모습에서 외국인이 아닌 보편적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이 모습 이후 강남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한국어에 서툴거나 한국식 문화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혹은 외국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출연자가 아닌 그저 강남이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외국인 혹은 동포 연예인들은 우리와의 ‘다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소비된다. 외국인임에도 한국어를 잘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그가 한국의 문화와 부딪치는 모습이 재미있는 것은 ‘다름’을 확인하면서 ‘우리’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그런 방식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들의 ‘적응기’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모습이 보일 때 그 인물이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적어도 강남의 출연분만큼은 ‘본방사수’하기로 했다. 강남, 보고 있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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