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이 결말을 보려고 6개월을 기다렸다니 허무하네요"
지난 12일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연출 백호민, 극본 김순옥)를 본 한 네티즌의 소감이다. '역시'라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분명 '실망'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왜 '왔다 장보리'는 하필 마지막회에서 실망감을 안긴 것일까.
국민 드라마로 등극한 '왔다 장보리'는 여러모로 결말이 궁금한 작품이었다. 드라마의 중추가 된 악역 역민정(이유리)가 어떤 파국을 맞느냐에 시선이 쏠려 있었다. 정점에 올라 선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 궁금증이 고조됐다.
김순옥 작가는 함구령을 내릴 정도로 결말에 철통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뚜껑을 연 마지막회는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막장'이 아니라던 김 작가의 항변이 무색할 정도로 황당한 장면들의 향연이었다. 마치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시청률의 제왕'을 보는 느낌이었다. 마의 시청률 40%를 넘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극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극중 연민정(이유리)과 둘도 없는 원수로 등장했던 문지상(성혁)이 그녀와 꼭 닮은 유치원 선생과 연인이 되는 부분은 황당하다 못해 실소를 자아냈다. 자신을 민소희라고 소개하며 어린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이유리의 모습은 말 그대로 쇼킹했다. 그녀를 보며 웃는 문지상이 바보처럼 보일 정도다.
김 작가의 전작 '아내의 유혹'을 염두한 패러디지만, 센스로 느껴지지 않았다. 네티즌과의 소통을 위한 김 작가의 노력일 수도 있으나, '아내의 유혹'이 '왔다 장보리'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아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겐 다소 황당한 장면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연민정의 행보도 아쉬움을 남겼다. 출소한 연민정이 낮은 정신 연령을 갖게 된 엄마 도혜옥(황영희)과 국밥집에서 살게 된다는 설정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보여진 연민정의 모습은 문지상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를 잃은 느낌이었다.
'악바리'의 상징이었던 연민정이 보리의 말투와 머리를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부족한, 결말을 위한 결말로 비춰졌다. 지금껏 묘사된 연민정의 캐릭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보였던 것. 밑바닥에 떨어졌어도 아득바득 살기 위해 몸무림 치는 것이 연민정에게 더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돌연 장보리를 흉내내는 연민정의 삶은 어색한 그림처럼 이질감이 느껴졌다.
더욱 황당한 장면은 이 것. 이날 연민정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은 도혜옥의 입에서 "민정아"라는 단어가 나오자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왠일인지 도혜옥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쏠려 있다. 지나가는 개 한 마리다. 이 부분 역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시청률의 제왕'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 아닌가.
주인공 장보리의 활약상이 적은 부분도 아쉬움을 남긴다. 장보리는 연민정에게 가장 많은 걸 뺏긴 캐릭터다. 하지만 무엇 하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인물이기도 하다. 복수는 언제나 문지상의 손에 의해 이뤄졌을 뿐이다. 끝까지 연민정을 감싸고 포용하는 장보리의 모습은 답답했다. 단 한 번이라도 통쾌함을 선사했으면 좋으련만, 작가는 종영까지 주인공을 '착함'이라는 틀 안에 가두어 놓았다. 주인공 장보리가 악역 연민정 보다 더 미운털이 박힌 건 작가의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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