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김미겸 기자]
배우 엄태웅 소름끼치는 '실명 연기'에 시청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3월29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적도의남자'(극본 김인영/연출 김용수 한상우) 4회에서 주인공 김선우 역을 맡은 배우 엄태웅이 시력을 잃은 채 돌아왔다. 친구 이장일(아역 임시완 분)이 김선우를 습격했기 때문이었다. 이장일은 자신의 아버지 이용배(이원종 분)가 김선우 아버지 김경필(이대연 분)을 죽였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김선우를 죽이려 했다.
오랜시간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 시각 장애를 겪게 된 김선우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절규했다. 김선우는 "불 켜. 안 보인다구!", "누가 불을 다 끈거야. 불 켜!"라고 외치며 현실을 부정했다. 이에 김선우 역을 맡은 엄태웅 동공연기 열연에 시청자들이 극찬했다.
엄태웅이 시선을 흐트리고 검은자를 위로 올린 채 마치 정말 앞이 안 보이는 것처럼 명연기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엄태웅 일명 '동공연기'에 맞춰 흡사 눈을 감고 연기하는 듯한 거친 동작도 이어졌다. 넘어질듯 말듯 비틀거리며 절규하는 엄태웅 모습은 그야말로 '엄포스의 귀환'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간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2'에서 엄태웅이 조용하고 순한 '엄순둥' 이미지였다면 이번 '적도의남자'에서 순식간에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 변신은 엄태웅만 한 것은 아니다. 배우 김하늘도 지난해 안상훈 감독 영화 '블라인드'에서 사고로 시력을 잃은 수아 역을 맡아 화제가 됐었다. 김하늘은 '블라인드'에서 연기 데뷔 13년 이래 첫 시각 장애인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연기 잘 하는 배우'로 극찬받았다.
특히 김하늘의 '수아'는 수동적 여성이 아닌 명석하고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능동적 여성. 김하늘은 '블라인드'로 제 32회 청룡영화제에서 자신의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배우 황정민 역시 이준익 감독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맹인 검객 황정학 역을 맡아 열연했다. 황정민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맹인 검객 캐릭터를 보여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 '역시 황정민'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극본 최완규/연출 이주환 이상엽)에서 주인공 강기태 역을 맡은 안재욱도 '실명 연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다. 안재욱은 1994년 자신의 첫 드라마 MBC '눈먼 새의 노래'에서 실존 인물인 한국 최초 시각 장애인 박사 강영우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들 '실명연기'를 모아 봤더니 하나 공통점이 발견됐다. '실명연기' 제대로 해낸 명품 배우들, 무조건 뜬다는 것. 실제 자신이 겪지 않은 장애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낸 배우들은 연기력 극찬을 받았다. 이에 엄태웅이 '적도의남자'로 합류했다. 엄태웅이 그려낼 김선우 캐릭터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KBS 2TV '적도의남자' 캡처/뉴스엔 DB)
김미겸 miky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