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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꽃과의 대화]허브식물

[기타] | 발행시간: 2012.03.31일 03:06

흠∼ 그윽한 향, 원래는 포식자 쫓아내는 방어무기

[동아일보]

대학원생 시절의 어느 날이었다. 교수님께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식물의 가지 하나를 주시며 “꺾꽂이를 해 잘 길러보라”고 하셨다. 말씀대로 축축한 모래에 꺾꽂이를 했다. 이후 녀석을 기르면서 ‘냄새’를 맡아보니 그다지 나쁘지가 않았다. 계속 경험하다 보니 그 냄새가 어느덧 ‘향기’로 와 닿았다. 생활 속에서 향기와 냄새란 단어를 혼동해 쓰던, 보통의 한국 남자였던 필자에게 이것은 꽃과 향수 이외의 사물에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던 최초의 사건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식물의 이름은 로즈마리였다. 이후 나는 월계수, 라벤더, 민트, 백리향 등 향기 나는 잎을 가진 식물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로즈마리를 열심히 꺾꽂이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그 당시 화원에선 볼 수 없었던 허브식물의 홍보대사가 될 정도였다.

○ 잎의 분비물이 기화되면서 향 뿜어

허브식물을 우리말로 향신채(香辛菜)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냥 영어이름인 ‘허브(herb)’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허브란 원래 나무(tree 또는 shrub)가 아닌 풀 식물을 뜻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식물체 전체 또는 일부에 향기가 있어 식용이나 약용, 향료로 이용되는 식물을 지칭한다. 우리는 흔히 후자의 의미로 허브식물이란 말을 쓴다.

외국에서는 허브식물을 채소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요리에 이용하기보다는 작은 화분에 심어 향을 즐기는 꽃식물로 취급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이유는 워낙 강력한 향신채인 고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기르던 허브 잎을 살짝 따서 닭백숙이나 카레라이스 같은 음식에 넣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허브식물의 잎에서 향기가 나는 이유는 식물체 안에 액체 상태로 있는 정유(精油·essential oil)가 잎 표면에 있는 특수한 조직(분비모·分泌毛·glandular trichome, 새송이버섯같이 예쁘게 생겼음)에서 분비된 후 상온에서 기화되기 때문이다. 식물의 정유는 포식자나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포식자나 병균이 싫어하는 물질을 인간이 좋아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요즘 향기요법(아로마세러피·Aromatherapy)에서 이용하는 정유는 허브식물 등의 체내에 있는 정유를 추출·정제한 것이거나, 천연 정유와 비슷한 구조를 합성한 물질들이다.

○ 나는 ‘향기’가 있는 사람인가

허브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들은 지중해 연안의 온난 건조한 남유럽이나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에 주로 자생하는 식물이다. 햇빛을 무척 좋아하고 건조한 기후 조건에서 잘 자란다. 따라서 봄과 가을이 제철이다. 허브식물들은 습하고 더운 우리나라의 여름철을 힘겨워한다. 따라서 봄에 자란 줄기를 장마철 즈음에 아낌없이 솎아내 바람이 잘 통하게 해 주는 게 좋다.

배수성이 좋은 토양에 심는 게 알맞으며, 물은 겉흙이 충분히 말랐을 때 줘야 한다. 비료는 봄과 가을이 시작할 때 준다. 팥알만한 알갱이로 된 유기질 비료를 한 화분에 10알 정도 주면 좋다. 만약 구입 한 식물이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간이화분에 심어져 있다면 분갈이를 해 주자. 그래야 집에서 오랫동안 기를 수 있다. 봄가을에 줄기를 꺾꽂이해 쉽게 번식시킬 수 있다는 점도 허브 기르기의 즐거움 중 하나다.

나이가 들면서 맑은 눈을 가진, 심신에 향기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모든 이의 희망일 것이다. 저절로 제 몸에서 향기를 내는 허브식물을 보며 ‘나의 향기는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향기가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면 ‘냄새’만 나는 것일까?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누구나 느끼는 의구심, 나의 향기는 무엇일까?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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