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방송(ABC) 캡처
호주 교민들은 인질로 잡혔던 교포 여대생 배모씨가 극적으로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도심 한가운데서 이 같은 인질극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배씨 지인의 아버지라고 밝힌 한 교민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질극 소식을 듣고 딸이 걱정돼 통화하면서 딸의 후배인 배씨가 납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가 조금 전 다시 탈출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밝혔다.
시드니에 거주중인 정동철(45)씨는 “인질극이 일어난 카페는 연말이면 선물을 사러 들르는 곳”이라며 “호주 같은 평온한 이미지의 나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 일어나 도무지 믿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사건 현장 부근에 가려고 했는데 약속이 다 취소됐다”고 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카페 구조상 입구가 좁고 안이 넓다며 인질범이 사전에 치밀한 계산 하에 장소를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연말에 테러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으로 돌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영미권 주요 국가의 하나이자 최근 자국인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문제가 화제가 되면서 현지에서 불안한 조짐이 감돌았다는 것이다. 정씨는 호주 현지 이슬람교도들이 극단적이지 않음에도 최근 이들의 의회 방문시 차도르 착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 CNN과 영국 BBC 등 해외 주요 방송들은 인질극이 발생하자 일제히 실시간 속보를 쏟아냈다. 호주 현지뉴스를 인용해 인질의 탈출모습과 동영상을 계속해서 보도하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했다. BBC는 테러범들에 의해 붙잡혀 있는 인질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 온라인과 트위터에 올린 네티즌들에게 여론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