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함께 동고동락한 전우가 떠나는데 체력쇼가 왠 말일까. '진짜사나이'를 떠나는 세 말년 병장의 이별 여행에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이하 '진짜사나이')에서는 서경석, 김수로, 샘 해밍턴 등 병장들이 말년 휴가를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진짜사나이' 멤버들은 전역하는 말년 병장들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아기병사 박형식부터, 퍼펙트 가이로 활약했던 장혁과의 전화 연결까지 모두가 이들의 전역을 축하했다. 무엇보다 뜻 깊은 건 이들을 스쳐갔던 일반 병사들의 참여였다.
말년휴가에는 화룡부대 심재빈부터 파인애플 병장 박광렬까지 '진짜사나이'를 빛냈던 실제 군인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모두 '진짜사나이'의 출연이 인생에 변화를 줬다고 털어놨다. 심재빈은 '구멍병사' 이미지 탓에 전역 후 취업 면접에서 곤란한 질문을 받았던 아찔한 일화를 밝혔다. 또 파인애플 병사 박광렬은 전역 후 실제로 마트에서 파인애플을 팔고 있다는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 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인 김수로, 서경석, 샘 해밍턴의 이별 신고식은 너무도 가벼웠다. 일주일도 채 안되는 훈련에 임했던 여군특집 출연진들이 화려한 후기 파티를 가진 반면, 현재의 '진짜사나이'를 있게 한 세 말년병장의 전역 파티는 사뭇 초라했다.
2년 여간 '진짜사나이'에 출연하며 수많은 부대에 전입했던 세 사람이 갯벌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엉덩이로 나무젓가락을 부수는 체력쇼에 꼭 임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페쇄된 놀이공원에서 '디스크 팡팡'을 탄 것도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차라리 지난 추억을 돌이키고, 부대 마다 느끼고 배웠던 점을 털어 놓는 것이 더 좋은 그림이 아니었을까.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가 왜 끝까지 살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번 특집이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보다 더 진지하게 접근했어도 좋았을 일이다. '진짜사나이'의 묘미는 리얼리티 속에서 살아나는, 진지함 속에서도 엿보이는 웃음 코드에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이별 파티에서 왜 프로그램의 장점이 보이질 않았는지 의문이다. 세 사람을 위한 좀 더 특별한 기획과 시간이 필요했다.
아쉽게도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걸그룹이 등장하는 뻔한 그림이 연출됐다. 오히려 시청자는 김수로, 서경석, 샘 해밍턴이 그간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군대에 가지 못한 김수로는 '진짜사나이'를 통해 아쉬움을 털어냈고, 서경석은 2번이나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며, 샘 해밍턴은 유명한 방송인이 됐다.
'진짜사나이'는 세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 영향을 준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는 '엉덩이 체력쇼'나 '놀이기구 타기'가 아닌 이들의 속 깊은 얘기가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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