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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우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12.29일 09:29
대학교 4학년때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나는 《가정교사를 찾으세요.》라는 패쪽을 들고 일요일이면 로무시장으로 나갔다.

헌데 일요일인 오늘아침은 웬 일인지 갈가 말가 망설여졌다. 그래도 가야 된다는 생각에 쫓겨 울며 겨자먹기로 로무시장으로 뚜벅뚜벅 향했다.

내가 로천로무시장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사람들속에 《구직가교(求職家敎)》란 글을 쓴 패쪽을 든 대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한낮이 기운지도 오래됐지만 나를 찾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문뜩 나는 외모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은 내가 키가 180센치메터가 더되고 너무 멀끔하게 생겼기에 어느 한곳도 여물어보이는데가 없어 가정교사를 찾는 부모들이 꺼린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의 말이 맞는것 같았다.

그러나 백조가 희다고 속도 흰것이 아니며 까마귀가 검다고 속도 검을리 없다. 버선목이라고 뒤집어보이지 못하는것이 사람 마음이 아닌가. 지금은 키가 크고 미남이면 취직도 쉽다고 하던데.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났다. 배가 고팠지만 나는 이제나 저제나 하고 뒤늦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패쪽을 앞에 세워놓고 서있었다. 이윽고 일요일 로천로무시장은 성글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한참 학교로 돌아갈가 말가 망설이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탁 쳤다. 깜짝 놀라 머리를 홱 돌렸다.

《야, 이게 누구냐! 간이 떨어질번했잖아.》

뜻밖에 고중동창생 명호였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자 인츰 청도에 와서 외자기업에 취직했다.

나는 명호를 보는 순간 반가움보다 부끄러움이 앞섰다. 그의 고급 양복차림새와 나의 초라한 옷차림새가 너무 대조적인데다 대학생답지 않게 패쪽까지 들고 서있는 꼴로 처음 동창생을 만나게 되니 자격지심이 들어 수치감을 금할수 없었다.

《철진이, 오랜만인데 술이나 한잔 하면서 이야기나 하자.》

명호는 다짜고짜로 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두말없이 나의 밥통과 같은 패쪽을 뺏아 쫙쫙 찢어서 쓰레기통에 쑤셔넣었다. 나는 명호의 한심한 짓거리에 너무 자존심이 상하여 가슴속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나올것만 같았다. 그러나 처음 만난 명호앞에서 그런 내색을 보이고싶지 않아 긴 한숨을 내쉬였다.

명호는 나를 이끌고 이 거리에서 제일 으뜸인 《사천신선로》술집으로 들어갔다. 처음 온 나는 퍽 거북스러웠다. 그러나 명호는 실로 미덥고 름름한 모습으로 아가씨한테 안주와 맥주, 소주를 빨리 올리라고 령을 내렸다.

《야, 우리가 몇년만인가? 네가 대학으로 간후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은 배꼽이 나오게 먹어보자. 알았지?》

명호의 우렁우렁한 소리에 술집에 모인 여러 손님들의 눈길이 한순간 우리쪽으로 확 쏠렸다.

이윽고 신선로의 국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아가씨는 산해진미인 여러가지 고기들과 야채들이 듬뿍 담긴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나는 소주를 못하기에 맥주 한컵을 겨우 마셨고 명호는 소주를 반병쯤 마셨다. 얼마후 명호는 술기운으로 붉어진 얼굴에 미소를 띠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왜? 내 얼굴에 뭐가 있어?》

《처음 보니 반갑기도 하고 곱기도 하고…》

《이 자식, 내가 뭐 처녀니?》

《네가 처녀라면 난 너하고 살거야.》

《이 자식, 취했구나.》

《취하긴, 철진이! 넌 오늘 귀인을 만난줄 알아. 무슨 좋은 일이 있겠나 맞춰봐.》

명호는 한손으로 내 어깨를 툭 치며 성급하게 엉뚱한 화제를 끄집어냈다.

《날 형님이라 하면 말해줄게. 아니면 말하지 않을거야.》

사실 명호는 나와 동갑이지만 생일이 한달 앞섰기에 형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웬 일인지 그 말이 얼른 나오지 않았다.

《무슨 놈의 형님은. 동생이라고 하면 되지.》

《하긴 키가 너보다 작아서 형님이면 어떻고 동생이면 어떻니. 하하하…》

나도 명호와 맞장구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로무시장에서 있었던 언짢은 기분은 신선로에서 피여오르는 흰 김과 더불어 사라졌는지 마음이 느긋해지며 즐거움이 가슴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철진이, 내가 잘 아는 한 회사의 사장인데 한국말도 잘하고 중국말도 잘하는 가정교사를 찾고있는데 네가 딱 맞을것 같아.》

《명호, 너도 한국말 잘하고 중국말도 잘하잖아.》

《야, 내가 대학생이면 네게 말하겠니. 그리고 난 좋은 직업이 있잖아.》

순간 눈을 감고 머리를 내려뜨린 명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대학생이 못된 자비감때문이란것을 직감했다.

《당장 나랑 함께 가자. 소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우리는 술집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약 20분후에 한 회사의 정문앞에 차가 멈췄다. 우리가 그 회사의 접수실에 들어서자 명호는 인츰 사장에게 전화했다. 이 회사는 물론 사장과도 퍽 친숙한것 같았다. 이윽고 정장 차림의 두 아가씨가 접수실에 들어섰다.

《철진이, 이분이 사장이시다. 인사해.》

나는 얼결에 머리를 꺼벅했다.

(이렇게 젊은 녀자가 무슨 놈의 사장이겠는가. 저놈이 날 선보이는것이 아닌가?)

나는 이런 생각을 굴리며 명호와 사장을 번갈아보았다. 마치 갑자기 불러세운 선생님앞의 소학생의 신세가 된듯했다. 이윽고 사장이라는 녀자가 나에게 이름이며 나이며 어느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있으며 부모들이 계시고 형제분들이 몇이나 되는지… 마치 경찰이 범인을 심문하듯이 미주알고주알 캐물은후 오늘부터 정식으로 가정교사로 채용한다면서 자기의 명함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오늘저녁부터 정식 개강한다는 약속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야, 대학생이 다른가부다. 어쩌면 첫눈에 확 들가! 난 아직도 사장의 반눈에도 들지 못하는데.》

명호는 주먹으로 내 가슴을 치면서 폭소를 터뜨렸다.

나는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가정교사로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순간 스스로가 퍽 가련한 존재가 된것 같았다. 가정교사직을 찾겠다고 자존심마저 뭉개버리고 몇달동안 일요일마다 패쪽을 들고 로천로무시장에서 뭇사람들의 기시를 받으면서 고생하던 일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콱 쏟아졌다.

그날 저녁 학교 기숙사에 와서 명함장을 자세히 보니 그녀는 회사의 사장이 확실했다. 중국어를 가르쳐야 할 학생은 바로 그 사장이였다. 그녀는 외국인이 거주하는 화원식 아빠트에서 식모라는 중년 녀성과 함께 살고있었다.

내가 중국어를 가르치는 시간은 저녁 8시 반부터 한시간가량인데 시간이 되면 사장은 자가용을 몰고 와서 학교에서 나를 데려갔고 학습시간이 끝나면 또 기숙사까지 바래다주었다.

사흘째되는 날 저녁이였다. 그녀는 나에게 핸드폰까지 주면서 무슨 일이 있어 학습시간이 변동되면 련락하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가정교사로 된후 대학교생활이 어렵지 않았다. 또 그녀의 자가용까지 타고다녀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학급의 동학들은 나에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떨어졌다면서 부러워했다.

그날은 토요일저녁이였다. 여느때 같으면 중국어 학습이 끝나면 의례 과일음료를 한컵씩 마셨는데 그날 저녁은 례외였다. 그녀는 프랑스 고급 양주 한병이 있으니 한잔씩 맛보자고 했다. 나는 대뜸 호기심이 생겨 묵묵히 응했다.

이윽고 서재에서 나타난 그녀는 화려한 실내옷을 갈아입고 두손에 술병과 술잔이 놓인 쟁반을 받쳐들고있었다.

나는 좀 부끄러웠다. 이런 화려한 집에서 한 녀인과 함께 양주를 마신다고 생각하니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 촌스러운 수치감때문에 저도 모르게 머리가 숙여졌다.

《자, 우리 건강을 위해 건배!》

그녀는 술잔에 술을 따른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나는 그냥 멋없이 단숨에 잔을 비웠다. 술을 마실줄 모르는 난 멋도 맛도 모르고 마신 술 한잔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가슴이 쿵쿵 뛰였다.

나는 그녀가 빨간 입술속의 흰 이를 드러내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있음을 느꼈을뿐 감히 머리를 들고 쳐다볼수 없었다.

그녀는 연거퍼 석잔을 마시더니 취기때문인지 여느때처럼 《학생, 학생》 하지 않고 유별나게 《선생, 선생》하면서 오늘저녁에 취하도록 마시자고 했다. 그녀는 또 두 술잔에 술을 붓고 건배하자고 잔을 내밀었다. 나는 무심결에 그녀가 건네는 술잔을 받아들고 단숨에 쭉 들이켰다.

《오늘부턴 선생님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돼주세요. 호호호…》

순간 그녀의 웃음소리에 나는 머리를 쳐들었다. 환한 등빛속에서 그녀의 두눈은 검은 보석처럼 빛을 내뿜고있었다.

나는 좀 당황했다. 그러나 사내대장부가 덩치값도 못한다고 스스로를 꾸짖으며 태연자약한척했다.

그녀는 또 빈 술잔에 술을 붓고 단숨에 굽을 낸후 노래를 불렀다.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뿌려요/ 사랑이 싹틀수 있게/ 저녁에 맺힌 이슬이/ 꽃잎에 내릴 때부터/ 온통 나를 사로잡네요/ 나는야 꽃잎되여 그대 가슴에/ 영원히 남고싶어라/ 사랑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대에게 빠져버린/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

그녀는 손과 발을 노래에 맞춰 움직이며 제법 가수처럼 잘 불렀다. 한 기업의 사장이라기보다 가수라고 하는것이 더 적절할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왜 이 노래를 부를가고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별로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어떠한 내용의 노래라 할지라도 그것이 그녀의 진정한 감정이 아닐수가 있지 않는가. 그저 단순하게 내 나름대로 풀이하고말았다.

《선생님도 한곡 불러요. 전 오늘 기쁨니다. 절 잘 배워주신 선생님이 이렇게 자리를 같이 해주셔서 너무 즐거워요. 자, 선생님도 한곡 뽑아요. 네?》

그녀는 재빠르게 나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술기운때문이 아니라 난생처음 한 녀인에게 손목을 잡혔기때문이다. 사실 이때까지 나는 녀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오직 공부를 잘해 출세해야 된다는 독한 마음때문이였다.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우기자 그럼 벌주를 해야 한다면서 술잔을 내밀었다. 나는 하는수없이 맹물 마시듯 마셔버렸다.

《선생님은 꽃미남이여서 처녀들이 줄줄이 따르죠. 호호호… 난 그렇지 못해요. 사랑이란 뜻대로 돼주질 않아요. 호호호…》

그녀는 소리를 내여 자주 웃었지만 커다란 두눈속의 물기는 등빛에 반짝이였다. 취중진담이라더니 속심을 털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불빛속에서 미묘한 초상화처럼 그려지고있었다.

녀성의 이런 모습을 처음 대하는 나는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것처럼 안절부절을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눈앞이 핑그르르 돌아갔다. 어느새 폭 취했다. 취중에도 기숙사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여 또다시 쏘파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는 오늘밤은 서재에서 그냥 자고 래일아침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 고집했다. 그녀는 나처럼 취하지 않았다. 하긴 침실도 여러 칸이고 하다못해 서재에서 자고 가도 괜찮을것 같아 못이기는척하고 쏘파에 쓰러지고말았다.

어느때쯤인지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카텐에 가려진 창문이 몽롱하게 륜곽이 드러나고있었다.

순간 나는 와뜰 놀랐다. 알몸이 되여 그녀의 품에 꼭 안겨있는것이였다. 어찌된것인가? 분명 서재에서 잔것 같은데.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막 기여들고싶었다. 그렇다고 이불을 차고 후닥닥 일어날 용기도 없었다. 그녀도 깨여났겠지만 나와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듯한 반응이다.

나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한적이 없었다. 그것도 죽자살자하면서 서로 따르던 이성지간이라면 모르겠는데. 내가 평소 중국어를 가르치는 대상이 처녀지만 한 기업의 사장이고 또 년상인 외국인이기에 그녀의 존엄을 철석같이 지켜주었으니깐.

나는 그녀가 화장실에 간 틈에 얼른 일어나 옷을 주어입고 얼굴 돌릴 새도 없이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이 일이 있은후부터 나는 그녀의 집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어느덧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대외무역회사에서 일했다. 회사에서 근무한지 4년이 되는 봄이였다. 아태지역무역전시회가 한국 서울에서 열리게 되여 나는 회사의 한 성원으로 서울에 가게 되였다.

그날은 상담회를 마치고 나는 동료들과 함께 휴식시간에 회의실 밖 정원으로 나왔다.

깨끗하게 가꿔진 정원은 이색적인 풍치를 가득 풍겼다. 새파란 잔디밭에서 자란 꽃나무들은 연분홍의 꽃이 한창이였다. 말그대로 정원은 한폭의 수채화였다. 나는 정원의 신선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나무그늘밑에서 산책했다.

아, 그런데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나를 마주하고 걸어오는 녀성이 다름 아닌 5년전 나에게서 중국어를 배웠던 사장이 아닌가! 나는 얼결에 주춤 멈춰섰다.

사람이 죽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신화와 같은 기적이 한두번 있다더니 정말 이런 만남을 두고 한 말인것 같았다.

그녀는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사내애의 손을 잡고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지 못했는지 그냥 앞으로 걸어왔다.

《여봐, 저 애가 신통하게 당신을 꼭 빼닮았네. 당신 복제품이 아닌가?》

동료의 귀속말이다.

그녀를 보는 순간 5년전에 있었던 그 일들이 영화필림처럼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그동안 가끔 그녀를 생각했지만 애가 태여났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자 나는 그녀와 애를 번갈아보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종잡울수 없었다.

(씨도적은 못한다더니 진짜였구나. 애의 이목구비가 어쩌면 저렇게도 날 꼭 닮았을가!)

나는 속으로 이렇게 되풀이했다.

《그간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어떻게…》

부지불식간에 이런 말이 튕겨나왔다. 그러나 다음 말은 찾지 못해 말끝을 흐려버리고말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애의 머리만 쓰다듬고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두눈에서 이슬방울이 떨어지고있었다. 애는 갑자기 낯선 사람이 자기앞을 막고 서있자 의혹에 찬 눈길로 나를 주시하면서 그녀의 옷자락을 꼭 움켜잡았다. 이제 누가 그 애를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당금 울음보를 터뜨릴것 같았다.

뜻밖의 만남은 말문이 막힌다더니 나는 너무도 당황하여 몸둘바를 몰라 서성거렸다. 이렇게 서있다간 말없이 갈라질수도 아니, 영원히 보지 못할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는 두려웠다.

《이제 곧 회의가 시작되니 저녁에 다시 만납시다.》

나는 용기를 내여 입을 열었다. 약속지점과 시간을 정하고 회의실에 들어가는 발걸음은 천근 무게였고 가슴은 쓰리고 텅 비였다.

오후에는 애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삼삼하여 도무지 회의에 집중할수 없었다.

그날 저녁 나는 약속한 조용한 커피숍에서 그녀를 만났다. 커피숍은 아늑한 정취를 자아내고있었다. 우리는 고려인삼차를 마시고 애한테는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여기 오너라. 좀 안아보자.》

애는 어머니를 쳐다보고나서 주저없이 내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애를 꼭 껴안고 사과같은 볼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불쑥 일어나 그녀도 애와 함께 포옹하고싶었지만 불같은 충동을 가까스로 누르고 애를 더 꼭 껴안았다.

《이름이 뭐지?》

《철진이예요.》

아, 맙소사! 어찌하여 내 이름을 달아주었단 말인가? 마구 가슴이 울렁거려 미칠것만 같았다.

《철진이는 몇살?》

애는 고사리같은 손을 들어 손가락 다섯개를 펴보였다가 또 손가락 네개를 펴보이기도 했다. 아직 손가락이 말을 잘 듣지 않는 모양이다.

《철진이 아빤 어디 있어요?》

《아빤 먼데.》

《철진이.》하고 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자신을 불러보는 그런 느낌이였다. 그녀와 애, 나를 련계시켜 셋의 오늘과 미래를 그려보았다. 혈육이라는 충동때문에 애를 꼭 껴안은 나는 형언할수 없는 감격속에 갈마들었다.

《왜 울어요?》

《네가 너무 예쁘고 기뻐서 눈물이 나온거다.》

나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녀도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북받치는 정감이 눈물이 되여 침묵의 다리로 조용히 흐르고있었다.

그녀는 아들애를 유심히 지켜보다가도 가끔 눈길을 돌려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나는 그녀의 맘속을 읽으려고 애썼다. 그러면서 이렇게 서로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결혼해요. 난 아직 혼자요. 아니, 당신이 있잖아. 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거야.》

나는 용기를 내여 마음을 열어보였다.

《난 지금 당신과 애를 얼마든지 행복하게 해줄수 있소. 날 믿소. 사랑하는 진숙씨!》

나는 그녀와 애를 한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사정없이 그녀의 얼굴에 나의 볼을 비볐다.

《고마와요.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애도 사랑해요.》

그녀의 말소리가 뜨거운 정이 되여 나의 가슴으로 흘러들었다.

《지금 난 당신과 애를 떠나 더는 살수가 없소. 우린 결혼하고 떳떳이 살기오. 남부럽지 않게!》

진심이여서 그런지 류창하게 말이 줄줄 흘러나왔다.

《엄마, 집에 가자. 집에 가.》

애가 피곤한지 집에 가자고 졸라댔다.

그녀는 애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두눈에서는 구슬같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나는 얼른 그녀의 품에서 애를 받아안고 그녀를 따라 커피숍에서 나왔다.

이때 커피숍에서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 만남의 기쁨도 리별의 아픔도/ 두 사람이 맞는거야지/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나/ 점 하나를 찍을가/ 사람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싫다고 했나

은은히 흘러나오는 그 노래는 마치 우리를 위해 불러주는것 같았다. 순간 나는 코마루가 찡해났다.


/장석만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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