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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만 집에 오는 남편 "당신이 좀 더 희생해"

[기타] | 발행시간: 2015.01.25일 07:50
[머니투데이 박은수 기자] [편집자주] '아기를 낳고 나서 부부사이가 안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아이 키우는게 쉽지 않다는 말인데요. 물론 우리 부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왜 우리는 사사건건 부딪힐까,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다 서로가 상대방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본다면 갈등이 하나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아내와 남편은 각각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도 육아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남편 편'은 남편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남 vs 여 '육아혈투] 2. 주말부부]

어느새 '아빠'를 알아버린 아이는 수요일쯤 되면서부터는 아빠를 찾기 시작한다. \"아빠는 회사에 갔지? 며칠만 있으면 아린이 보러 오실거야\" 말하면 \"응!\" 대답하지만 이내 다시 아빠를 찾기 시작한다.

[여자 편] 일 하고 애 키우고 살림까지…주말부부 육아, 해봤어?

'좋겠다' '내 소원인데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 '힘들어서 혼자 어떻게 애를 키워?' '선배 괜찮겠어?' 주말부부인 나를 보는 주변의 반응은 딱 두 부류다. 부럽거나 안됐거나. 웃긴 사실은 날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선배 혹은 나이 많은 분들인 반면 날 불쌍하게 보는 이들은 결혼 안한 선배거나 후배라는 점이다. 그중에서 특히 부럽다는 말을 들을 땐 '뭘 모르는 소리'라고 한바탕 쏘아주고 싶으나 대게는 그냥 '그런가요?' 하고 넘기고 만다. 내가 어떻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 둘을 잘 해내기가 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고 그들이 수긍하더라도 내 상황 자체가 바뀌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복직을 하면서 '주말부부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을 단 나는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초 슈퍼우먼'이 돼야 했다.

퇴근 후 부리나케 어린이집에서 애를 받아오면 밥 먹이고, 목욕 시키고, 다음날 어린이집 가방 챙기고, 설거지 하고. 어떤 날은 목욕하기 싫어 도망 다니는 아이와 방과 방 사이를 질주 하고(육체노동)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아이에게 온갖 아양을 떨어댄다(아, 비굴하다). 기저귀 한번 갈 때마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보면 한 대 '콩'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감정 컨트롤의 신공을 발휘한다.

출산과 동시에 육아에 내던져진 나는 극도의 예민함과 불안함으로 남편의 모든 말과 행동에 태클을 거는 것으로 '육아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한 것 같다.

"손이 없어? 왜 양말을 뒤집어 벗어?" "힘 자랑하지 말고 문 좀 살살 닫아. 아기 깨잖아." "먹었으면 좀 치워." "밥알 세지 말고 밥 좀 빨리 먹어." "과자는 먹지 마."

내 신경이 이렇게까지 예민해진 데에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너는 그래도 평일에 편하게 쉬지 않았냐. 그러니 주말에 오면 이제부터 육아는 네 몫이야'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녹초가 된 금요일이 되면 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이 한마디 듣기를 간절히 원했는지 모른다.

"고생 많았지? 이제 그만 쉬어. 이제부터 애는 내가 볼게."

[남자 편]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옷 사줄까?" 했다가…

아이의 활동량은 점점 늘어나는데 엄마의 '저질 체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다. \"아가야 미안하다. 엄마가 조금만 젊었어도…\"

'아빠 육아'가 대세가 됐다는 것쯤은 TV를 보지 않더라도 우리집 아파트 놀이터를 보면 알 수가 있다. 일요일 아침 놀이터에는 온통 아이와 함께 나온 남자들 뿐인데 아이 아빠로 보이는 젊은 남자부터 할아버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평일엔 아내들이 육아를 전담했으니 주말 하루만이라도 편히 쉬라는 의미겠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아내는 일요일 아침 8시부터 아이와 나를 반강제로 집밖으로 내쫓는다. 아이가 집은 갑갑하다며 나가자고 조르니 한명은 희생해야 하는 상황. 겨울이 되고부터는 길어야 30분이지만 주말 아침만이라도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30대 후반인 나는 그런대로 신세대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일도 꽤 잘 도와주고 아이와도 잘 놀아준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후배는 주말마다 야구동호회 모임에 나가고, 회사 선배는 금요일마다 술판이다. 내가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선'은 하고 있다. 주말에 친구 한번 만난 적 없고 오로지 회사와 집,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 하는데 그래도 아내는 불만이다. 불만이 많으니 모든 일에 삐딱하다.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옷 사줄게. 백화점 가자."고 하니 "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후줄근해?"라고 쏘아붙인다.

'피곤하지? 스트레칭 하자'는 '뚱뚱해졌으니까 살 좀 빼',

'벌써 준비 다했어?'는 '얼굴이 그게 뭐야? 화장 좀 하지'로 듣는다.

요즘은 '아내의 뇌구조'가 무척 궁금하다.

얼마 전엔 마트로 장을 보러 나갔다. 유모차를 트렁크에서 꺼내는 내내 아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생각했는데 '좀 빨리 서두르면 안 돼?' 짐작대로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아내가 짜증이다. 예전엔 느긋한 성격의 아내였는데 조바심 병이라도 걸린 것 같다. 첫 아이를 키우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라고,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해진다고 말해보지만 쉽지 않나보다.

일 하랴, 애 키우랴 혼자 고생하는 아내가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억울하다. 평일에 노는게 아닌데 매일 계속되는 야근에 업무 스트레스, 회사 밥은 먹은 것 같지도 않고 저녁은 거르기 일쑤다. 혼자 오래 살아서인지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금요일 저녁,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는 아내에게 이 한마디 듣기를 간절히 원했는지 모른다.

"일 하느라 고생 많았지? 얼른 씻고 밥 먹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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