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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세집- 젊은이들 독거로인과 '동거'하기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4.21일 09:35
넓은 집서 외롭게 살던 노인들… 월세 25만원 정도에 방 빌려줘

생활방식 다르지만 서로 큰 힘… 방은 따로 거실-부엌은 공유

‘남녀 동거’ ‘국제 동거’도 확산



전-월세난 시대 新풍속 76세 정호순 씨와 19세 김고은 씨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아파트에 함께 사는 ‘하우스 메이트’다(위쪽 사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셰어하우스에는 직업과 출신 지역 등이 제각각인 20대 남녀 8명이 같이 살고 있다(아래쪽 사진). 주거를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고 있다. 김미옥 salt@donga.com·최혁중 기자



76세 정호순 씨(여)는 지난달 세 번째 ‘하우스 메이트’를 맞았다. 광운대 법대 2학년인 19세 김고은 씨다. 노원구청이 홀몸노인에게 대학생 룸메이트를 구해준다는 소식을 정 씨가 들은 건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지 10년째 되던 해였다. 이후 정 씨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방 4개짜리 자신의 아파트에서 2명의 여대생과 동거했다.

정 씨는 “숨진 지 한참 지난 독거노인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며 김 씨를 향해 활짝 웃었다.

최근 청년과 노인이 함께 사는 ‘노청(老靑) 동거’가 늘고 있다. 또 낯선 남녀들이 집을 공유하는 ‘이성(異性) 동거’,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사는 ‘국제 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전세금이 급등하자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는 청년들이 늘어난 결과다. 또 해외에서 홈스테이, 셰어하우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져 다양한 주거방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 씨가 정 씨에게 내는 월세는 25만 원. 따로 보증금은 없다. 지금 사는 방 같은 곳을 주변에서 얻으려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로 50만∼60만 원은 내야 한다. 외할머니 같은 정 씨에게 고마울 수밖에 없다. 정 씨는 싼값에 대학생에게 방을 내주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경기 부천시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김 씨는 대학생이 되면서 독립했다. 부천에서 학교까지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었다. “할머니 집은 학교까지 20분 만에 갈 수 있어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빨래, 청소, 식사 등은 각자 알아서 해결한다. 정 씨는 “젊은 사람이 더 바쁘겠지만 나도 교회활동, 친구모임 등으로 외출이 잦다”며 “다만 늦은 밤 서로의 말벗이 돼줄 때 함께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광진, 서대문, 성북구 등 서울의 다른 구청들도 ‘노청 동거’ 사업에 나서고 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우리 구청의 활동을 알게 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성별이나 국적을 가리지 않는 주거 공유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4층짜리 다세대주택 꼭대기 층에는 여자 셋, 남자 다섯이 함께 산다. 저마다의 이유로 이 지역에 살게 된 20대 대학생과 직장인들이다. 출신지도 서울, 인천, 대전, 충남 등으로 제각각이다. 이들은 전용면적 148m²인 집의 가운데 있는 거실에 모여 앉아 저녁시간을 보낸다. 식사는 같이 만들어 먹든, 따로 먹든 마음대로다. 이곳은 셰어하우스 운영업체 ‘우주’의 공유주택이다.

남녀가 어울려 사는 데 불편함은 없을까.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52만 원을 내고 이곳에 사는 홍익대 3학년생 최희주 씨(22·여)는 “여자 혼자 살면 무서운데 남녀 여럿이 함께 있어 오히려 든든하다”고 말했다. 여자 방이 있는 쪽으로 이어지는 복도 문은 자정이 되면 잠가 남자들의 출입을 제한한다.

주거 공유는 취미와 관심사를 나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청년층 사이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셰어하우스 업체 ‘우주’는 관심사나 성격이 비슷한 이들을 모으기 위해 입주 신청자들을 꼼꼼히 인터뷰한다. 다른 공유주택 운영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주택 거주자들은 공통 관심사의 강좌를 열거나 명절에 만두를 같이 빚어 이웃에게 돌리기도 한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이런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셰어하우스 생활을 한 홍콩 여성 처키 챈 씨(26)는 “한국인과 함께 어울리며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쉽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한국은 ‘주거 공유 시장’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단계”면서 “같이 사는 거주자들 간에 공간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 등을 마련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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