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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봉지는 왜 빨간색이 많을까? 와인 잔 입 닿는 데는 왜 오목할까?

[기타] | 발행시간: 2015.05.24일 05:02

라면 봉지는 왜 빨간색이 많을까. 와인 잔은 입 닿는 부분이 왜 오목할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식품 용기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식품업계가 음식을 담는 용기에 투자하는 비용은

전체 생산비의 5~10% 수준. 우유나 주스를 만드는 음료업체는 패키징에만 전체 생산비의 50% 이상을 쏟아붓는다. 연세대 패키징학과 이윤석 교수는 “음식을 담는 용기는

단지 디자인만 고려하는 게 아니다.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과학의 총체”라고 말했다.

즉석밥 용기 개발에 100억원 이상 들여

마트에서 파는 즉석밥은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방부제를 많이 넣었을까. 집에서는 아무리 밀봉을 잘해도 음식이 쉽게 상하는데, 어떤 기술이 담겨 있을까.

 이 교수는 “식품은 포장에 따라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다. 특정 포장을 쓰면 방부제가 필요 없어지기도 한다”며 “소비자는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회사는 폐기물 양을 줄여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이것이 패키징 과학이 발달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1996년에 나온 CJ제일제당의 햇반은 식품 패키징 분야에서 자주 인용된다. 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 유기민 연구원은 “아무리 좋은 재료로 지은 밥이라도 포장에 따라 밥맛이 변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밥을 담는 그릇은 3중 재질로, 뚜껑 기능을 하는 비닐 덮개도 서로 다른 4중 특수 필름지를 사용했다. 공기가 전혀 드나들 수 없고,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인체에 무해하게 만든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초기 투자비용만 100억원 이상이 들었다. 즉석밥을 해외에서도 먹을 수 있는 것은 포장기술 덕분이다.



에스프레소 잔은 맛과 향을 오랜 시간 유지하도록 두껍게 만들어졌다.

 테트라팩도 대표적인 사례다. 폴리에틸렌수지·종이·알루미늄 코팅 등을 교대로 겹쳐 만든 식품 포장재다. 테트라팩이 없었을 때는 우유·두유·주스 등을 상온에 오래 놓아둘 수 없었다. 유리병도 있지만 열이나 빛에 약하고 무거워 운반비가 많이 든다. 테트라팩은 자외선·산소·수증기의 투과를 막아 천연 음료도 방부제 없이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테트라팩을 개발한 스웨덴의 테트라팩사는 연간 16조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충전재를 넣어 포장용기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가스치환포장법(MAP)이 대표적이다. 포장 속의 공기를 모두 없애고, 산소·이산화탄소·질소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다시 넣는 방식이다. 고기의 호흡 속도를 늦추고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한다. 기존 진공포장에 비해 신선도 유지기간이 2배 이상 길다. 빵이나 백설기, 호빵 등의 포장재로도 사용하고 있다.

 커피 포장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커피는 특히 포장할 때 향을 잘 잡아야 한다. 한번 볶은 커피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원두 향이 이산화탄소와 함께 날아가고 산소와 습기를 만나 산화된다. 그 때문에 스타벅스에서는 향 보존팩을 개발했다. 밸프포장이라고 불리는데, 향은 보존하고 원두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가스만 밖으로 배출한다. 과자 속에 든 공기도 나름 과학적인 원리에 의해 충진된 것이다. 이 교수는 “질소는 비활성 기체다.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오랫동안 제품 고유의 맛을 유지시킨다”고 설명했다.

에스프레소 잔 안쪽은 부드러운 곡선

커피나 맥주잔·와인잔에도 과학은 스며 있다. 미세한 맛과 향의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매니어층이 많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는 약 30mL로 일반적인 레귤러 커피나 차에 비해 양이 적다. 사람이 마시기까지 온도가 떨어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 때문에 에스프레소 잔은 두껍게 설계돼 있다.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잔 테두리는 얇다. 잔 테두리 부분이 두꺼우면 입술에 잔이 밀착되지 않아 커피가 입안으로 왈칵 쏟아질 수 있다. 입술과 닿는 부분을 약간 휘게 한 것도 커피가 혀끝이 아닌 가운데 부위에 닿도록 했다. 입안 전체에서 에스프레소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 에스프레소 잔을 유심히 보면 대부분 잔 안쪽은 바닥에서 끝까지 곡선을 유지한다. 손으로 만졌을 때 경계 부분이 전혀 없다. 커피를 추출할 때 잔에 각이 져 있으면 커피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지 않는다. 튀면서 향이 날아가고 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술도 잔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잔은 지름에 따라 향이 증발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잔의 형태에 따라 같은 술이라도 다른 느낌의 향을 맡게 되는 이유다.

 향이 강한 와인은 대부분 중간 부분이 볼록하고 윗부분이 좁아 향을 잘 가둘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볼록한 부분에 향을 응축시키고, 좁은 입구로 그 향을 가두는 것이다. 그 때문에 와인을 마시기 전에 몇 번 잔을 돌려 그 문을 열어야 한다. 싱글몰트 위스키나 코냑처럼 향이 강한 술도 잔의 입구가 대부분 좁다.



 그에 비해 샴페인 잔은 좁고 길다. 향보다 거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경대 식품생물공학과 손종연 교수는 “샴페인에는 탄산이 많은데, 탄산의 증발 속도를 늦추고 오래 유지하도록 길고 좁게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맥주는 거품이 맛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질 좋은 맥주잔은 거품을 오래 머물 수 있게 제작됐다. 유명 브랜드는 자기 제품만의 잔을 만들기도 한다. 아일랜드 맥주인 스미딕스는 잔 아랫부분을 레이저로 미세하게 타공해 전용 잔을 만들었다. 작은 공기구멍 같은 역할을 해 맥주 맛을 상쾌하게 유지시킨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트는 잔의 아랫부분은 둥글고 평평하며 위는 넓게 만들었다. 맥주를 따를 때 안에서 회전하도록 만들어져 풍성하고 탄력 있는 거품을 만든다. 최근엔 코카콜라 전용 잔도 출시됐다. 잔 안을 미세하게 긁어놓아 섬세한 거품이 유지된다. 플라스틱 컵에서는 크게 보였던 물방울이 전용 잔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거품이 줄고 미세해져 상쾌한 맛이 더 강조된다.

구리·주석 혼합해 만든 방짜가 냉장고

전통 그릇에서도 과학을 엿볼 수 있다. 옛날에는 냉장고가 따로 없어 음식이 변질하거나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다. 전통 식생활에서 많이 쓰인 방짜는 구리 78%, 주석 22%다.

 현대공학에서는 주석의 비율이 높아지면 깨지기 쉬워 10% 내외로 쓰길 추천한다. 그런데 방짜는 주석이 22% 들어 있는데도 깨지지 않는다. 거듭된 망치질과 반복된 열처리가 비밀이다. 이런 방짜는 유해균의 증식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손종연 교수는 “방짜에 음식물을 담아 놓으면 다른 그릇과는 달리 대장균 등의 유해균 증식이 억제된다. 살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옹기도 과학적인 전통 그릇이다. 일반 그릇에 김치나 젓갈을 담아두면 좀 시간이 지나 부패한다. 옹기 표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이 있어 식품이 숨을 쉴 수 있다. 부패가 아닌 발효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그릇이다.

 색깔도 식품 포장에서는 과학적으로 사용된다. 라면 봉지가 대부분 빨간색인 이유는 입맛을 자극하기 위함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손 교수는 “빨간색 계열은 파장이 길어 청색 계열에 비해 빛을 덜 흡수한다. 라면은 기름에 튀겨 지방 함유량이 높기 때문에 외부 빛에 의해 잘 산패된다”고 설명했다.

배지영·김선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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