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뉴스24 >
[정명화기자] 영화의 개봉 후 뒤늦게 만난 수지는 '건축학개론'의 스무살 서연이 스크린에서 튀어나온듯 풋풋하고 말간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섰다. 생각보다 큰 키, 잡티 하나 없이 흰 피부. 정말 피부가 좋다고 말을 말을 건네자 "좋을 나이잖아요"라며 털털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창 싱그러울 나이 열아홉살의 수지는 태국에서 막 귀국해 인터뷰 장소에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을 찾을 수 없다. '건축학개론'의 서연처럼 수수한 블라우스와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수지의 모습은 청춘 그 자체였다.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멜로영화 역대 흥행 1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축학개론'으로 수지는 스크린 데뷔식을 치렀다. 드라마 '드림하이'로 첫 연기에 도전한 후 장르 영화의 주인공으로 꽤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아이돌을 겸한 연기자라는 편견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수지는 기대 이상의 호연을 보여주며 우려를 불식시켜 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툭툭 내뱉는 듯한 말투와 청순한 모습은 스무살 새내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영화 촬영 분량이 생각보다 많이 편집됐다는 수지는 "잘린 게 많아서 영화를 보며 사실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용주 감독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달라며 주문했던 애드리브 등은 모두 살았다고.
"영화는 매력이 있는 장르에요. 제게는 참 좋은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여유를 갖고 하는 연기라는 것이 만족감을 줬고요.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는 감독님 주문대로 여러 테이크를 할 수 있었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어요."
별도의 오디션 없이 캐스팅이 완료된 후 소속사를 통해 출연 사실을 알게 됐다는 수지는 큰 스크린에서 자신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 너무 떨리고 묘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생방송 첫 무대와 비슷한 느낌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들었다는 것.
한가인과 2인1역 캐스팅이 됐을 때 수지가 처음 든 생각은 바로 "내 눈의 세배 되는 언니"라는 거였다고.
"막연하게 예쁜 연예인이라고만 생각해오던 한가인 언니랑 같은 인물을 연기하다니 느낌이 이상했어요. 같은 인물인데 과연 몰입을 할 수 있을까, 나랑 한가인은 분명히 다른데 말이죠. 너무 다르거나 불편함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걱정은 많이 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언니와 말투도 비슷하고 혈액형도 같고 성향도 맞는 점이 많았어요."
'슈퍼스타 K'에 응시했다 JYP에 캐스팅됐고 이후 비교적 빨리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 모두 성공을 거뒀다. 어린 나이에 고향인 광주를 떠나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한 수지. 극중 제주를 떠나 낯선 서울에서 자취를 하던 서연처럼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냐는 말에 "물론 외롭고 힘들었다"고 답했다.
"친한 친구들은 광주에 있고, 가족들도 모두 광주에 있으니까요. 힘들고 외로웠죠. 하지만 연습생 친구들이나 미쓰에이 멤버들이 모두 위로가 돼 주었어요. 연습생 시절 친구들은 지금은 굉장히 친하게 지내요."
빠른 데뷔와 앨범의 성공, 드라마와 영화의 흥행 등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 중인 수지는 자칫 자만심을 느낄수도 있겠다는 걱정에 "두렵고 부담감도 크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것을 한 것 같아요. 상도 많이 받고 작품도 잘 되서 좋긴 하지만, 빨리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아요. 더 두렵고 부담감도 크죠. 연습생 시절을 많이 보내지 못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데뷔한 것도 두려웠고 데뷔하자마자 1위를 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두려워요. 영화도 이런 좋은 배역을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생각하면 기쁘지만 두렵고 부담이 커요."
영화 속 청순한 모습이 과거 심은하를 연상시킨다는 평가에 대해 수지는 "제2의 심은하라는 말, 정말 좋고 영광이지만 그래도 전 수지에요"라며 자존감을 드러냈다. 자신만의 이름으로 배우로 우뚝 서고 싶은 당찬 각오가 엿보였다.
아이돌로 살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일 터. 노래와 연기 어느 편이 더 적성에 맞느냐는 질문에 수지는 "둘 다 적성에 맞지는 않는다"고 의외의 답을 했다. 이어서 "적성에는 안 맞지만 둘 다 재미있고 즐거워서 좋아하는 일"이라며 "재능이 있다는 생각은 안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적성은 노래도 연기도 아닌 바로 사람의 심리를 생각하는 일이라며 수지는 훗날 심리학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수지 심리학 교수라는 생경한 타이틀을 탄, 아이돌 가수 출신 최초의 심리학 교수가 탄생할지 이 꿈많은 소녀의 도전을 지켜볼 일이다.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